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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정

톰과 제리는 호루라기를 불고 초조한 심정으로 로건을 기다렸다. 공기는 차가웠고, 시간마저도 무겁게 내려앉은 공기처럼 느리게 흘러갔다.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지며, 그들은 마지막 희망의 불씨가 점점 꺼져감을 체감하기 시작했다. 마음속으로는 현재 이 상황이 최선임을 알고 있었지만, 톰과 제리 그들이 점점 절망감을 느끼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한 그때, 호루라기에서 환한 빛이 생겨나며 로건이 등장했다. 등장한 로건의 모습은 톰과 제리가 이전에 생각하던 모습과는 전혀 달랐다. 아까의 꼬질꼬질한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로건의 털은 윤기가 흐르고, 그가 입은 셔츠와 정장 바지는 갓 다린 것처럼 깔끔해졌다. 자칫 촌스러울 수 있는 빨간 나비넥타이를 세련되게 소화한 그에게서 마치 후광이 비치는 것 같았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눈에 띄는 것은 로건의 신체 너머로 뿜어져 나오는 분위기였다. 같은 쥐인 제리는 더욱 강렬하게 느낄 수 있었다.

너희가 나를 불렀구나! 기다리고 있었어.
아까의 모습과 달라서 많이 놀란 거 같군~
나, 로건이야!

톰과 제리는 너무 놀라 굳어버렸다. 그런 톰과 제리를 보고 로건은 "허허"하고 웃었다. 톰과 제리는 경악하며 로건에게 이것저것 물었다.

뭐... 뭐야... 로건? 로건 맞아? 이 호루라기는 대체 뭐고...
너 대체 무슨 일이 있던 거야?
아까 제발 구해달라던 모습은 우리를 속인 거였어?

로건은 자신의 멋있는 등장에 톰과 제리가 놀라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그들의 반응은 그의 예상을 벗어났다. 놀랄 것이라고는 생각했지만, 사기꾼 취급이라니! 로건은 당황스러워 자기도 모르게 큰 소리를 내었다.

속이다니! 내 이야기를 마저 듣지도 않고 그러지 말라구~
흠... 흠... 사실 난 노을 너머 세계의 시험관이자 조력자야!
난 시궁창 쥐의 모습으로 쉬운 길을 택한 자들에게 다가가 시험을 내는 거지.
그러므로 아까 너희에게 내가 한 행동들은 모두 나의 시험이었다는 거!
절~대 악의를 갖고 속인 건 아니야!
시험관, 조력자... 그리고 시험.. 뭐??

톰과 제리는 갑작스러운 로건의 말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로건은 그들이 갑작스러운 상황에 놀란 것이 이해된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는 천천히 상황에 대해 톰과 제리에게 설명해주었다.

시험이란 건 간단해. 바로 너희들의 도덕심을 테스트해보는 거야.
나의 비루한 모습만 보고 발길을 돌린 자들은 나의 도움을 받을 수 없어.
하지만 너희같이 나를 도와준 자들에게 나는 노을 너머 세계에 관한 정보를 알려주지.
혹은 위험에 빠졌을 때 도와주기도 하고. 어때?

로건의 대답에, 톰과 제리는 그때 로건을 돕길 정말 잘했다고 생각했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가 검은 마녀를 쓰러뜨렸다고 조오커 킹에게 가서 말을 하면 미야미야님을 만나게 해주지 않을까?
그 마녀 동굴에 갇힌 거 아니야?

제리의 물음에 로건이 답했다.

안타깝지만, 검은 마녀는 고작 그걸로 죽지 않아.
하지만, 지금 너희의 상태론 그녀를 쓰러뜨릴 수 없어. 그렇다고 조오커 킹에게 돌아가서 거짓말을 하는 것도 나쁜 선택이 될 거야.
너희보다 먼저 왔던 검은 고양이는 거짓을 고해 미야미야님도 만나 뵙지 못하고 벌을 받아 악인이 되어 이곳에서 추방됐지.
너희도 거짓말을 한다면 그렇게 되겠지?

톰과 제리는 그 말을 듣자 문뜩 잭이 생각났다. 톰은 잭이 예전과 달라진 이유를 확실히 알 것 같았다. 제리 역시 잭의 예전 모습을 떠올렸다. 톰과 제리는 말은 하지 않았지만 서로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톰 그리고 제리 둘 다 어쩌면 잭이 원래대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아 내심 기뻤다. 톰은 잭이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방법을 알아내기 위해 조심스레 로건에게 물었다.

그 악인이 됐다는 고양이... 다시 원래 모습으로 되돌릴 수 있어?

로건은 고민하다가 무언가 떠올랐다는 듯 얘기를 시작했다.

흠... 방법은 있지. 그 녀석을 다시 데려와서 그 녀석이 거짓으로 고한 것을 사실로 만들어야 해!
그래야 그 죄는 씻겨 나가며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와.
하지만, 너희는 지금 할 수 있는 게 없어.
이곳에 더 오래 남아 있다면 검은 마녀가 끝끝내 너희를 찾고 말 거야.
내가 너희를 위해 원래 세계로 넘어가는 문이 잠시동안 열리도록 할거야.

뭐...? 으아! 잠시 언제?

로건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어느샌가 톰과 제리의 뒤에서 문의 형상이 일렁이고 있었다. 제리는 다급하게 로건에게 질문 하나를 던졌다.

방금 네가 이 세계의 조력자라고 했지? 넌 여기서 무엇에 조력하고 있는 건데?

하지만 로건은 제리의 질문을 흘려들은 채 자기 할 말만 하며 작별을 고했다.


10초 후 열리겠군. 아! 저 문은 1분이면 닫히니 빨리 가야 할걸? 
다시 이곳으로 돌아올 생각은 하지 마!  
어서 뛰어!

로건은 손을 흔들며 등장했던 것과 같이 빛과 함께 사라졌다.

로건! 하... 아직 물어볼 게 많은데... 

톰은 로건을 다급히 불러보았지만 이미 로건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 후였다. 하지만 지금은 로건을 다시 찾을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톰과 제리는 서로 눈을 마주 보았다.

제리 저기 봐봐! 로건 말대로 문이 열렸어!! 문이 곧 닫힐 거야!
빨리 가야해! 

원래 세상으로 돌아가는 문이 빠른 속도로 닫히고 있었다. 톰과 제리의 마음은 점점 다급해졌다. 둘은 문을 향해 전속력으로 뛰어갔다.

하지만 다리를 다친 제리가 점점 뒤처지기 시작했다 톰은 옆에서 달리던 제리가 느려지는 것을 느끼고 달리는 것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았다. 제리가 온 힘을 다해 달려오고 있었지만 다친 다리 때문에 속도가 나지 않았다.

제리!

톰은 제리에게 빠르게 달려가서 제리를 입으로 물고 등에 던지다시피 올렸다.

제리, 꽉 잡아! 떨어지면 안돼!!

톰은 다친 제리를 등에 태우고 다시 문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문이 아슬아슬하게 닫히려고 했다. 문까지 남은 거리는 대략 20걸음, 지금 스피드로 뛰더라도 문을 통과할까 말까하는 정도로 긴박한 순간이었다.

톰... 안돼... 이러다가 우리 둘다 문을 통과하지 못할거야.. 
그냥 나를 두고 가...!
그러면 너라도 넘어갈 수 있어!

제리는 절규하듯이 소리쳤다. 같이 뛸 수 없는 것도 모자라 다리를 다친 제리는 그저 자신이 톰에게 짐만 될 뿐이라고 생각했다. 이곳에 혼자 남겨진다면 쓸쓸하겠지만, 당장 친구가 자신 때문에 이곳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제리는 평생 죄책감에 시달리리라 생각했다.
제리는 차라리 톰이라도 원래 세상으로 넘어가길 바라고 있었다. 친구에 대한 죄책감으로 남은 인생을 의미 없이 보낼 바에 친구의 성공을 진정으로 바라고 응원해 주는 것이 나은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널 놓고 내가 어떻게 가! 꽉 잡기나 해!

하지만 톰은 제리의 말을 무시하며 이를 악물고 달렸다. 톰에게 제리는 떼어놓을 수 없는 친구인 법. 자신이 힘들 때 다가와 도와주었던 제리였기에 톰은 절대로 제리를 이 세계에 남기고 돌아갈 수 없었다. 그 짧은 순간에도 문은 닫히고 있었고, 문의 코앞에 다다랐을 때 톰은 직감적으로 느꼈다. 자신은 저 문의 틈 사이로 넘어가지 못한다는 것을. 제리를 져버리고 저 문을 넘어간다고 하여도 마음이 편할 리가 없었다. 찰나의 순간, 톰의 머릿속에 여러 고민과 함께 수많은 생각이 스쳐 갔다.

톰 역시 자신의 친구라도 이곳에서 벗어나길 바랐다. 노을 너머 세계에 대해 먼저 이야기를 꺼낸 것이 자신이었고, 여기까지 오기까지 겪었던 여정들 또한 본인 책임라고 느꼈던 것이다. 결국 자신이 아니었더라면 제리는 이런 고생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고
때문에 톰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제리를 원래의 세계로 돌려보내 주어야 했다.

제리를 업은 이 상태로 계속 가면 나도 제리도 저 문을 절대 통과하지 못할거야. 하지만 제리를 혼자 보내면...

지금 저 문을 통과하지 못하면 둘 다 이곳에 영원히 갇혀 살아야 하는 운명이었고 제리라도 원래 세계로 돌아가는 편이 낫다는 생각이 톰의 판단이었다.

제리를 잡아 저 문틈 사이로 던진다면 가능하겠어... 
너라도 돌아가!!! 제리...! 간다!!

톰은 제리를 힘껏 움켜쥐고 자세를 고쳐 잡았다. 제리는 저항할 수 없었다.

톰!? 지금 뭐 하는...!

톰은 제리를 문틈을 통해 반대편으로 던졌고 제리는 자신의 몸이 날아가는 상황을 직면하는 수밖에 없었다.

엄청난 속도로 던져진 제리는 큰 충격과 함께 땅에 부딪혔고 그대로 문턱 너머로 굴러갔다. 제리는 톰의 도움으로 간신히 문을 통과했지만 결국 톰은 문을 건너가지 못했다. 제리는 가까스로 원래 세계로 넘어갔다. 그러나 톰은 문을 지나기엔 아직 몇 걸음이 모자랐다.

기... 기다려! 아직 톰이 넘어오지 못했다고!

제리가 조그마한 팔을 이리저리 저었다. 문이 닫히는 것을 막으려고 제리는 아등바등하고 있었다. 조금의 틈만 보이면서 닫히는 문을 사이에 두고 톰은 제리에게 소리쳤다.

제리! 가!!
나는 문을 통과하지 못할 거야... 너 혼자라면 돌아갈 수 있어!
꼭 기억해! 가서 잭을 찾아 데려와야 해! 나도 여기서 잭을 되돌릴 방법을 더 찾아볼게. 먼저 가 있어!
반드시 다시 만날 수 있을 거야! 아니, 꼭 만날 거야!!

톰은 제리에게 먼저 가 있으라고 하면서 제리를 안심시키고자 했던 말이지만, 자기도 원래 세계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을 확신하고 있는 것은 아님을 알고 있었다. 노을 너머 세계에 갇힐 거란 걸 생각하면 막막했지만, 그 순간 제리를 구할 수 있다면 충분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당황한 제리는 문에서 톰이 오기를 기다렸지만 그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톰이 소리치는 것을 들으며 제리는 내적갈등에 빠졌는데, 이는 둘 중 하나가 노을 너머의 세계에 남아야 한다면 그건 자신이어야 했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아직 지배하고 있어서였다.
자신은 어딘가 버려져도 잃을 것 하나 없는 생쥐 한 마리에 불과했고 그와 반대로 톰에게는 따뜻한 집이 있고 그를 돌봐줄 집사도 있었다.

허나 문밖으로 던져진 제리는 톰을 데리고 올 수 없었다. 다리를 다친 것도 모자라 착지의 충격으로 몸을 제대로 가눌 수 없는 상태였기 때문이다. 제리는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 자기 몸이 원망스러웠다. 서서히 닫히는 문을 바라보며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톰의 이름을 부르는 것뿐이었다. 제리는 간절히 외쳤다.

톰!!! 기다려!! 내가 다시 데리러 올게!

문은 작은 틈을 보이며 닫히고 있었고 제리의 시야에서 노을 너머 세계와 함께 톰의 모습 또한 서서히 사라졌다.

톰! 안 돼!!!
**쿵!!**

제리는 울부짖으며 손을 뻗었지만, 굉음과 함께 문이 닫히고 주변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고요해졌다. 바람 소리만 남고 톰은 닫힌 문을 그저 바라만 보았다. 다시 혼자였다.

흐윽...

제리는 울부짖으며 손을 뻗었지만, 문은 이미 닫혀버렸다. 너무나도 순식간의 일이었다. 제리가 손쓸 틈 없는 찰나였다.

어떡해... 나 때문에 톰이... 도대체 왜...

제리는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멍하니 계속해서 문을 바라보았다. 심장 박동은 여전히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뛰고 있었고, 다급했던 순간의 여운이 가시질 않았다. 늘 함께였던 둘인데, 자신만 돌아왔다는 사실이 아직도 실감이 나질 않았다. 심지어는 톰이 아닌 자신만 돌아왔다는 것 때문에 미안함과 죄책감, 걱정 등 여러 감정이 복합적으로 느껴졌다. 중요한 순간마다 톰의 짐만 되는 것 같아 제리의 마음이 무거웠다. 마지막으로 봤던 톰의 모습이 계속 떠올랐다. 톰은 자신에게 반드시 다시 만날 수 있음을 확신하는 것과 같은 모습을 보였지만 숨길 수 없었던 슬픈 표정을 하고 있었다.

제리는 다시 한번 톰과 지금 함께하고 있지 않은 상황에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톰에게 미안한 감정을 가짐과 동시에, 한편으로는 톰이 자신을 이렇게 소중한 존재라고 생각해주는 것 같아 고마운 마음도 들었다.

매번 톰에게 피해만 끼치는 것 같잖아... 나는 항상 왜 이럴까...

제리는 다리를 다쳤던 자신을 자책하고 있었다. 제리는 절뚝거리며 생각했다.

내가 좀만 더 조심했더라면 같이 돌아갈 수 있었을 텐데. 이대로 영영 톰을 못 보는 건 아니겠지? 어떻게 해야 되지..?

한편, 제리만 혼자 원래 세계로 돌려보낸 톰은 상실감에 털썩 주저앉아 있었다. 그동안 이곳에서 고생했던 기억들이 스쳐갔다. 지금까지 노력했던 것들이 헛수고가 된 기분이 들면서 허망함이 앞섰다. 하지만 후회는 없었다. 아픈 제리마저 이곳에 남았더라면 톰은 그 죄책감을 견디지 못했을 것이다.

남겨진 톰은 제리가 넘어간 문쪽 방향을 멍 때리며 바라보았다. 문 건녀편의 제리와 마찬가지로 여러 복잡한 심정이 동시에 들었다.

하.. 제리는 잘 돌아갔겠지..? 괜찮아 잘한 선택이야 톰!! 잘한거야...!!

톰은 자신의 선택이 잘한 선택,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생각하며 슬픈 웃음을 지었다. 처음부터 톰에게 다리를 다친 제리를 두고 저 혼자만 밖으로 나가는 선택지는 없었다. 그저 톰은 자신이 통과하지 못했다는 사실보다는 더 이상 제리와 함께 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 슬펐다. 길 위를 방황할 때 자신에게 힘이 되어준 제리였는데, 이제는 다시 혼자였다.

이제는... 
다시 제리를 만날 수 있을까?
그나저나... 난 이제 어디로 가야 하지? 막막하네..

톰은 자리에서 일어서 터덜터덜 왔던 길을 되돌아가기 시작했다. 아무 목적도 없이 걷기 시작했다. 주위는 고요했고, 제리의 빈자리가 더 크게 느껴졌다. 이 고요 속에서 마치, 제리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재잘거릴 땐 시끄럽더니, 없으니 허전하네...

가만히 혼자 걷다 우뚝 선 톰, 톰은 자기 자신에게 일어난 일이 현실인지 믿고 싶지 않았다. 제리를 구했지만, 혼자 남겨졌음을 되새기니 마음이 서글퍼졌다. 하지만 문은 결국 닫히고 말았다. 톰은 멍해졌다.

이제 어떡하지...

제리와의 갑작스러운 이별에 어안이 벙벙한 톰은 자신이 처한 상황을 현실이라고 느끼지 못했다. 톰은 제리를 돌려보냈지만 자신과 함께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제리..?

그리움에 정신을 못차리고 심지어는 불러도 대답 없는 제리의 환영을 보았다. 얼마 뒤 정신을 차린 톰은 자신도 모르게 흘린 눈물을 훔치며 다른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혼자 낯선 세상에 남겨졌다는 생각은 톰을 외롭고 슬프게 만들었다. 계속해서 흐르는 눈물이 톰의 눈 앞을 가렸다. 톰의 머릿속은 점점 새하얘지기 시작했다. 톰은 문득 비슷한 상황을 전에 겪었던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일탈을 즐기다가 집에 가는 길을 잃어버렸던 그때의 톰과 지금 톰의 상황은 비슷했다. 톰은 두려움을 이겨내고 집으로 무사히 돌아갔던 그때의 자신을 떠올렸다. 왜냐하면 톰이 생각하기에 그때의 자신이 가장 멋지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아냐,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어. 
내 친구 제리라면 틀림없이 잭을 데리고 노을 너머 세계로 다시 올 거야! 우선 이곳에서 나의 친구 잭을 되돌릴 방법을 찾아야 해. 
그리고 다시 현실 세계로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거야! 그럼 다 같이 다시 원래대로 돌아갈 수 있어! 할 수 있다 톰!!

눈물을 닦고 마치 뭐든지 해낼 수 있다는 듯 손을 꽉 쥐어 마음을 다잡았다. 그리고 자신이 왔던 길을 다시 돌아가기 시작했다.

슬퍼한다고해서 달라질건 없잖아?
제리 조금만 기다려!

자신이 집으로 돌아갈 단서를 찾길 간절히 바라며...

한편, 톰의 희생으로 문을 통과할 수 있었던 제리는 흐느끼며 울기 시작했다.

나 때문에 톰이.... 흑흑..

이제 어떡하지...? 
톰을 다시 데려올 방법은 없을까...?
톰... 보고 싶어... 

제리는 자책하며 절망에 빠져있었다. 모든 일이 자신 탓이라는 생각에 휩싸여 몸이 축 늘어졌다. 하지만 남겨두고 온 톰을 생각하니 이러고 있을 시간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래 슬픔에 빠져있을 시간은 없어 .. 
톰은 아직도 그쪽 세계에 남아있으니깐 ..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찾을 수밖에 없어 !

제리는 눈물을 흘리며 톰을 데려올 방법을 침착하게 생각해봤다. 하지만 제리는 여전히 노을 너머 세계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었다. 노을 너머 세계에서도 톰과 제리는 방랑자였다. 둘은 아는 것 하나 없이 무모하게 돌아다니다 이런저런 위험에 목숨을 잃을뻔하기도 했고 끝끝내 이런 엔딩을 맞게 되었다. 제리는 이 상태로는 톰을 다시 데려올 방법의 실마리조차 잡지 못할 것 같아 노을 너머 세계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이들에게 도움을 청하기로 했다.

그래... 대장 바퀴를 다시 찾아가 보자.

제리는 톰을 데려올 방법을 알아내기 위해 대장 바퀴를 찾기 시작했다. 톰을 혼자 두고 왔다는 생각에 아픈 다리도 잊고 제리는 달리며 소리쳤다.

대장 바퀴!!! 어디 있어...!!!
제발... 제발 도와줘!!!!! 제발 흑흑...
톰이 보고 싶어...

때마침 바퀴 무리도 노을 너머의 세계로 떠난 톰과 제리가 돌아올 즈음이 된 것 같아 톰과 제리를 찾고 있었다. 톰의 집사가 톰을 그리워하고 있다는 이야기와 잭이 너희의 행방을 찾고 있다는 이야기를 전하려고 말이다. 대장 바퀴는 자신을 부르는 소리를 듣고, 급하게 뛰어왔다.

앗 제리...! 돌아온거구나!! 안그래도 너에게 해줄 말이 있어서 찾던 중이었어!!!

제리에게 소식을 전하려던 그때, 대장 바퀴는 다리를 저는 제리를 보았다. 다리가 아파 걸을 수 없을 정도로 제리의 다리는 심하게 다쳐있었지만, 그것도 모른 채 제리는 대장 바퀴를 찾고 있었다.

제리! 너 다리는 왜 그래?? 어디서 다친 거야??
어서 이 다리부터 치료하자. 그리고 이야기 좀 들어봐.

대장 바퀴 무리는 제리의 다친 다리를 급하게 치료해 주었다. 치료가 거의 끝나갈 때쯤, 대장 바퀴는 제리 옆에 톰이 함께 없다는 것이 의아해 제리에게 물었다.

그나저나 톰은 어디 있니?
너희 둘은 언제나 함께였잖아. 떨어져있는 것을 본적이 없는데 웬일로 너네가 떨어져있니?
혹시 톰에게 무슨일이 생긴건 아니지?

톰을 찾는 대장 바퀴에 제리는 방금 전 상황이 떠올라 눈물이 날 것 같았다. 그리고 낯선 곳에 혼자 있을 톰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떨리는 제리의 목소리에 대장 바퀴는 제리를 진정시켰다.

괜찮아, 제리. 우리가 도와줄게. 진정하고 상황을 설명해줘. 

그제서야 제리는 대장 바퀴에게 침착하게 상황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게... 

제리는 말을 하면서도 솟아오르는 감정을 주체할 수 없어 양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그게... 나를 구하려다가...
톰이 노을 너머 세계에 갇혀버렸어.

제리는 훌쩍 거리며 말했다.

그래서 말인데 대장 바퀴...

제리가 말을 다 끝내기 전에 대장 바퀴가 다급히 말을 끊었다. 그리고 톰이 아직 노을 너머 세계에 있단 것을 알게 된 대장 바퀴는 놀라서 말했다.

뭐!? 잠깐, 그러니까 지금 톰이 지금 혼자 노을 너머 세계에 있다는거야?

그러자 제리는 울상을 짓고 고개를 끄덕였다.

뭐?!?!? 안돼!!! 제리!!! 톰을 어서 노을 너머 세계에서 구해와야 해.
제리! 톰의 집사들이 톰을 그리워하고 있어...!
뭐?

대장 바퀴는 톰의 가족들이 새벽 내내 톰을 찾고 있었다는 사실을 말해주었다.

사실 말이야, 톰의 집사들, 한참을 울부짖으면서 새벽까지 톰을 부르는 거 있지.
어린 집사애는 한참을 울고 있었어.

제리가 말했다.

그렇지만 우리가 본건 분명히 그게 아니었는데...

제리는 혼란스러웠다.

톰을 집사들의 곁으로 보내줘야 할 것 같아.
이 말을 전하려 했는데... 그런데 톰이 아직 원래 세계로 돌아오지 못했단 말이야???

제리는 어이가 없었다.

그러면 진작에 좀 잘하지...
왜 그때 톰을 홀대한 것이지?
엄연히 가족인데... 

톰에게 무관심할 때는 언제고, 이제와서 찾는다고 하니 조금은 화가 나기도 했다.

원래 인간들은 다 저런가? 진짜 어이없네.
어서 이 이야기를 톰에게 전ㅎ...

제리는 멈칫하고 고민하기 시작했다.

과연 이 소식을 톰에게 전하는게 맞는걸까?
톰은 이미 다른곳으로 떠나가기로 결심했어.
이 상황에서 이 소식은 제멋대로인 인간들 탓에 톰의 마음만 흔들리는게 아닐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에 제리는 미간을 찌푸리고 어떻게 해야할지 고심했다. 하지만 그 다음 대장 바퀴의 입에서 나온 말은 제리가 하고있던 생각을 날려버렸다.

게다가 아까 잭이 나에게 찾아와서 너희의 행방을 물었어...
답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그만 너희가 노을 너머의 세계에 갔다고 말해버렸어...
이대로면 제리 너도 위험할 거야.

서늘한 바람이 스쳐 지나가더니 오싹한 느낌이 들었다. 갑자기 바퀴 무리가 하나둘씩 긴장하고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신경이 예민한 바퀴 무리는 더듬이를 세워 몇 번 감각을 느끼더니 서둘러 자리를 피했다.

미안, 제리... 우리 먼저 가볼게.
너도 빨리 잭을 피해 숨을 곳을 찾아보는 게 좋겠어.
내가 전하려 했던 말은 그게 다야...!
그리고 톰을 만나면 꼭 주인이 찾고 있다는 것도 전해줘.
안녕!

대장 바퀴가 불안한듯이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다급하게 말하고 다른 바퀴들을 쫓아 사라졌다.

앗 대장 바퀴...! 나도 너한테 물어볼 말이 있는데....

제리가 대장 바퀴를 붙잡으려했지만 이미 바퀴 무리는 자리를 떠난 뒤였다. 대장 바퀴의 말을 따라 숨을 곳을 찾아보지만 제리에게 시간은 없었다.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바퀴 무리의 행동 때문에 제리도 덩달아 조급해졌다.

갑자기 여기서 숨으라니..! 
대체 여기서 어떻게 숨으라는 거야...

날은 점점 어두워졌고, 제리의 등 뒤로 식은땀이 나기 시작했다. 문득 그순간 제리는 달라진 공기가 느껴졌다. 오금이 저리면서 등꼴이 오싹한 기분을 느꼈다. 얼마가지 않아 제리는 본능적으로 자신에게 위험이 닥쳐오고 있음을 느끼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뭐야! 누구야!

귓가에 스산한 목소리가 꽂혔다. 어둠속에서 서서히 존재가 나타나면서 말을 했다.

역시 대장 바퀴의 말이 맞았군. 제리, 노을 너머의 세계는 너희들에게 어땠나? 크킄...
근데 왜 톰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너 혼자만 있는 거지?

제리 앞에 나타난 것은 잭이었다.

서슬 퍼런 눈을 뜨고 잭이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며 제리의 주위를 맴돈다.

제리는 갑작스럽게 등장한 잭이 무서웠지만, 노을 너머의 세계에서 잭이 왜 지금의 상태로 변해버렸는지 이유를 알게 되었고 그를 어떻게 원래대로 선하게 바꿀 수 있는지 알고 있었다. 다만, 성공 가능성이 희박할 뿐. 작은 가능성이라도 시도는 해봐야 한다는 것이 순간적으로 제리에게 들었던 생각이었다. 가능성만 따지면서 포기할 순 없었고 더더욱 물러설 곳이 없었다. 톰이 돌아오지 못한 이상 자신이라도 성공해야 했다. 자신을 구한 톰이라면 노을 너머 세계에 갇히고도 계속해서 해결책을 찾고 있을거라 믿었다. 제리는 굴에 잡혀갔던 기억이 떠올라 두려웠지만, 톰의 노력을 져버리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에 제리는 어딘가에서 용기가 솟아올랐다. 제리는 차분하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잭에게 말했다.

맞아, 잭. 나와 톰은 노을 너머의 세계에 다녀왔고 나만 다시 돌아오게 되었어. 
잭, 너도 노을 너머의 세계에 다녀왔잖아? 이미 알고 있어.
나는 너와 대화를 하고 싶어.
오호라, 그 사실은 어떻게 안 거지?? 나에 대해 관심이 이렇게나 많았다니, 감동이야 제리.
대화라... 대화는 뭔가 얻을 것이 있어야 하는게 아닌가?
설마 협상을 하려고 한다면 나에게는 통하지 않을 것이라는걸 염두하고 있어야할거야. 
그래도 용기가 가상하니 당장 잡아가지는 않도록 하지.
그나저나 너만 현실 세계로 돌아오게 된거면 톰은 아직 혼자 노을 너머의 세계에 갇혀있다는 건가?
흐음, 혹시 네가 톰만 두고 온 건가? 둘은 분명히 매우 가까운 친구 사이로 알고 있었는데, 이거 참 흥미롭게 되었군 크윽,,
정말 안됐군 안됐어... 불쌍한 톰~ 하하하하하 

잭이 비아냥거리며 말했다.

그럴 리가 없잖아...!!!
잭, 어떻게 하면 다시 톰을 데려올 수 있는 거지? 넌 알고 있잖아!! 어서 말해줘!!

잭의 비아냥거림에 제리는 분노했다. 분노한 제리는 잭의 코앞으로 다가가서 용감하게 소리쳤다.

하하하하 넌 아직도 날 모르는 건가? 내가 순순히 답해줄 것 같아? 정말 순진한 친구로군. 
끼리끼리 논다는 말이 있더니 톰이랑 잘 맞는 이유가 있었네.

잭은 제리를 비웃으면서 작게 투털댔다.

그나저나 슬링키 이 자식은 어디 있는 거야?
같이 손을 잡자더니 중요한 이 순간에 어디서 뒹굴거리고 있는 거 아니야?
개들이란... 참나...
이래서 같이 어울리지 말았어야 하는 거였는데 괜히 변덕을 부렸군..
어? 슬링키? 혹시 사나운 개 말하는 거야?

잭의 혼잣말을 들은 제리가 물었다.

그래, 너희가 도망치고 난 후 얼마 뒤에 만났지. 그 개도 너희들을 찾고 있더군.
흩어져서 수색하기로 했는데 어디서 뭘 하고 있는 건지, 쯧..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군.

자신들을 쫓고 있는 존재가 한둘이 아니라는 생각에 제리는 혼자 남겨진 톰이 더욱 걱정되었다. 그래서 잭에게 원하는 답변을 이끌어낼 방법을 떠올리고자 노력했다. 현재 노을 너머의 세계에 갇힌 톰을 구할 실마리는 그곳에 다녀왔던 잭에게 있었다. 잭이 자신에게 흥미를 잃고 가버린다면 톰을 구할 기회가 다신 오진 않을 것 같았다. 제리는 지금 누구보다도 잭이라는 존재가 중요하게 느껴졌다. 잭은 마지막 동아줄이었다. 비록 제리를 적대하고는 있지만 어떻게든 이해관계가 맞으면 그를 해결책으로써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제리는 어떻게든 잭을 보내지 않을 방법에 대해 생각했다.

어떻게 하면 좋지? 뭐 써먹을 만한 물건 없나?

그때 마침 제리의 눈앞에 제리의 몸통만 한 나무판자가 보였다.

이걸로 잭을 기절시켜서 다른 곳으로 끌고 간 다음 협박할 순 없을까...?
아냐... 혹시 실패한다면? 잭은 화나서 날 죽여버리고 말 거야...

제리는 잭과 자신의 체급을 생각하며 나무판자를 이용할 생각은 접어두었다.

잭과 힘으로는 겨룰 수는 없어.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

그때 제리의 머릿속에는 톰과 함께 있을 때 상상했던 푸른 눈의 생명체가 떠올랐다. 제리는 미야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기로 전략을 바꾸었다.

예전에 톰이 좋아했던 미야도 푸른 눈을 가지고 있다고 했지?
그래, 좋았어. 
노을 너머의 세계에 미야가 있다고 일단 거짓말을 해보자.
잭도 미야를 좋아했으니까 분명 내 거짓말에 넘어올 거야.
그렇지 않더라도 최소한 관심은 가지겠지. 

제리는 반짝이는 눈빛으로 잭을 바라보았다. 그 반짝이는 눈빛은 잭을 속일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채워져 있었다. 반짝이는 눈빛 속 잭이 속아 넘어오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불안함과 초조함이 있었지만, 제리는 담담하게 마음을 먹고 여유로운 미소로 그 감정을 감추었다. 미소를 띤 제리는 잭에게 말했다.

잭, 나 노을 너머 세계에서 미야를 봤어.

미야라는 이름을 듣는 순간 잭은 흠칫했다. 지금 잭의 눈 앞에 있는 저 작은 쥐의 입에서 그 이름이 나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뭐?
미야라고 했냐?
거짓말하지 마. 말도 안돼. 
톰 그 자식이 너에게 그렇게 말하라고 시켰어?

잭은 전혀 동요하지 않는 척했지만, 순간 잭의 동공이 흠칫하며 흔들리는 것을 제리가 놓칠리 없었다. 제리는 미끼를 문 잭을 향해 말했다.

그 푸른 눈동자는 나한테도 잊혀지지 않아.
톰도 미야를 보고 놀란 눈치였어.
푸른 눈동자...
너! 그걸 어떻게...

잭은 크게 놀랐다. 처음에는 제리가 그저 자신을 속이려고 말을 꺼낸 줄 알았다. 하지만 푸른 눈동자가 언급되는 순간 잭은 일순간 심장이 멎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미야의 이름을 듣는 것은 오랜만이었다. 하찮은 생쥐의 입에서 미야의 이름이 나올 줄은 아예 예상하지 못했다. 미야에 대한 추억이 떠올라 잭은 순간 말을 잇지 못하였다. 잭은 당황하면서도 기쁜 마음이 들었다. 잭은 미야에 대해서 옛 추억을 잊지 못하는 듯하였다. 이러한 잭의 모습은 이전과 달리 선한 어린 고양이처럼 보였다. 평소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잭이지만, 지금은 냉정한 척할 겨를이 없었다. 제리는 당황한 잭을 보면서 더욱 달콤한 이야기를 이어갔다.

푸른 눈망울이 예쁜 고양이, 미야를 보고 왔다구.
미야가... 노을 너머 세계에...?
어째서???
미야가 왜 아직도 그곳에 있는 거지?

잭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톰이 짝사랑했지만, 잭의 연인이었던 미야. 과거에 미야는 잭과 함께 노을 너머 세계에 갔었다. 둘은 노을 너머 세계에 가서 몇 가지 미션을 수행했고, 둘이 함께하면 힘이 두 배가 되는 "특별한 팔찌"를 얻었다. 그렇게 잭과 미야는 팔찌를 통해 노을 너머 세계의 역경을 헤쳐나갈 수 있었다. 그들은 같이 역경을 헤쳐나가며 더욱 애틋한 관계가 되었고 노을 넘어의 세계는 그들만의 공간이었다. 하지만 처음부터 좋기만 한 사이는 아니었다.

노을 너머의 세계에 가기 직전까지 잭과 미야는 자주 싸웠기 때문에 둘의 관계는 위태로웠다. 사실 잭의 성격은 까칠해 보이지만 꼭 그런 것만도 아니었다. 사랑하는 연인에게 화를 낸 적은 없지만 표현하는 방법이 서툴러 미야에게 상처를 주었다. 미야는 잭과 싸울 때마다 항상 이별을 고했다. 미야미야를 만나기 일보 직전, 잭과 미야는 크게 다퉜고 미야는 항상 그랬던 것처럼 헤어지자고 했다. 미야가 말한 이별에 진심이 담겨있는 것인지는 모르지만, 다른 세계에서 잭은 수많은 난관을 헤쳐가면서 지쳐있었고 예민한 상태였다. 그 때문에 당시 이별을 고하는 미야에게 잭은 크게 화를 냈었다. 자주 있던 싸움이었지만 화를 한번 낸 적 없던 잭이 변해버린 것을 깨달은 미야는 더 이상 잭과의 관계를 지속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결국, 둘은 특별한 팔찌를 끊고 각자의 길을 가기로 했다. 그게 그들의 마지막 만남이었다.

그 이후, 잭은 후회하며 미야를 다시 찾기 위해 조오커 왕과 거래를 했었다. 그러나 결국 조오커 왕과의 거래는 성사되지못하고 잭은 달라진 모습으로 원래 세계로 돌아오게 되었다. 잭이 노을 너머 세계에서 달라진 모습으로 원래 세계로 돌아왔을 때, 그는 미야를 기다렸다. 변해버린 잭이었지만, 미야에 대한 마음만은 마치 옛날의 소중한 기억처럼 아니 끝끝내 잊을 수 없는 미련으로 남아 있었다. 미야를 오랜 시간 기다려도 그녀가 돌아오지 않자 미야에 대한 잭의 마음은 점차 집착과 애증으로 변해갔다. 이후로도 끊임없이 미야를 애타게 찾기 위하여 노을 너머의 세계로 가기 위하여 모든 방법을 동원했다. 그러나 노을 너머의 세계로 가기는 어려웠으며 그 어디에도 그녀와 접점을 만들 수가 없었다. 점점 집착과 애증으로 변했기에 잭은 이중적인 마음이 들었다. 한편으론 자신에게 이별을 고한 그녀가 불행해져 자신을 찾아오길 바랐으나, 다른 한편으론 그녀가 무사히 원래 세계로 돌아와 행복하게 살길 바랐다.

같이 있을 때는 몰랐지만 없어지고 나서야 그 빈자리가 허전해 눈물이 났다. 잭은 그 뒤로도 미야를 애타게 찾았었지만 결국 그는 아무것도 찾지 못하였다. 결국 그는 미야가 먼저 현실 세계로 돌아왔다고 생각하고 자신도 현실 세계로 돌아온 것이다. 현실 세계에 돌아와서도 잭은 미야를 애타게 찾았지만 미야를 찾을 수 없었다. 그는 미야가 아직도 노을 너머 세계에 있을 거란 생각은 하지 못했다. 단지 그녀가 그를 떠난 거라고 생각했다. 그야 미야는 자신보다 영리하고, 운이 좋은 고양이니까... 그녀가 원래 세계에 돌아왔을 거라 생각해 원래 세계에서 그녀를 애타게 찾은 잭이었다. 그렇게 생각했던 잭은 제리의 말에 크게 동요하고 말았다.

미야... 아직 돌아오지 못했구나..
그때 팔찌를 끊는 게 아니었는데...

잭은 아직도 그녀를 잊지 못하며 찾고 있었지만 어느순간 포기를 한 상태였던 것이다. 계속 팔찌를 끊었던 그 순간을 후회하고 있었다. 잭의 머릿속은 온갖 상상과 걱정으로 차 눈앞의 제리도 잊게 되었다.

좋아! 완벽히 속은 것 같아!
가만히 앉아서 저렇게 오래 생각하고 있다니..
내가 알고 있는 잭이 맞나? 
어쨌든 지금이 기회니 결정타를 날려야겠어!

제리는 잭이 회상에 잠겨있는 것을 보고 자신이 알던 잭이 맞는지 묘한 기분이 들었지만 그런 걸 생각하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그리고 훨씬 안정된 말투로 다시 거짓말을 했다. 거짓말이 들통날지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톰을 찾으러 가기 위해 잭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본능이 말해주고 있었다.

잭, 노을 너머의 세계에서 미야를 다시 데려오고 싶지 않아?
네가 톰을 노을 너머의 세계에서 데려오는 방법을 알려준다면 나도 미야의 위치를 너에게 알려줄게.

잭이 잠시 상상과 걱정에서 벗어나 제리를 바라보았다. 잭이 조금은 정신을 차린 듯 다시 물었다.

너, 미야를 제대로 본 거 맞아?
내가 그 말을 어떻게 믿지?
톰을 구하려고 수작 부리는 걸 내가 모를 줄 알고?

잭은 제리를 경계하는 듯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제리는 태연하게 받아쳤다.

나는 그녀에 대해 전혀 몰랐어. 당연하겠지?
하지만, 저쪽 세계에서 그녀를 마주치게 되니까 톰이 얘기해 준 거야.
그녀의 이름은 미야라고. 푸른 눈이 정말 아름다운 고양이었어.

예전에 제리는 톰을 골려 먹기 위해서라면 온갖 기만과 권모술수를 쓰곤 했었다. 비록 그 톰은 지금 없지만, 그때 쌓은 화려한 언변은 지금도 남아있었다. 지금까지의 내공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잭은 바로 제리의 말을 믿지는 않았다. 철석같이 믿지는 않았지만, 사실 잭은 조금씩 제리의 말에 넘어오고 있었다.

그럴 리가 없는데...
제리가 어떻게 미야를 아는 거지?

생각할수록 이성적 사고가 사랑이라는 감정에 밀렸다.

이녀석 말대로라면 미야는 아직 노을 세계에 있어. 
내가 그곳으로 간다면 다시 한번 미야를... 볼 수 있을까? 
미야도 분명 날 잊지 않고 있을거야!

잭은 제리의 설명을 듣곤 제리의 거짓말에 감쪽같이 넘어갔다. 사실 제리의 입에서 '미야'라는 두 글자가 나온 순간부터 잭의 심장은 요동치고 있었고, 사악하던 잭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마치 변하기 전의 잭 같았다. 하지만, 덥석 거래를 받아들이기엔 자존심이 상해 부러 마땅치 않다는 목소리로 답했다.

흠... 너 같은 녀석이 나랑 거래하자는 건가? 썩 내키진 않는다만...
그래. 나쁘진 않네. 미야가 아직 노을 너머의 세계에 있다고 하니 어쩔 수 없군.
혹시라도 미야가 거기 없다면 살아있을 생각은 하지 마, 제리.
아까 대화를 시작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도록 노력해봐.

잭은 마지막 자존심을 세우며 제리에게 말을 건넸다.

제리는 안도의 한숨이 나오는 것을 애써 참았다. 잭이 '미야'라는 미끼에 이렇게 쉽게 걸려들 줄이야. 생각보다 일이 수월하게 흘러가는 듯했다. 빨리 노을 너머의 세계에 가서 톰도 구하고 잭을 예전 모습으로 돌아오게 해야 한다. 시간이 없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톰은 혼자서 다른 세계를 떠돌고 있을 것이다. 빨리 만나야만 했다. 제리는 능청스럽게 말했다.

잭. 결정했어?
나도 지금 미야나 톰이 어떻게 됐을지 모른다구!

잭은 제리가 분명 미야에 대해 알고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제리의 재촉에서 어느 정도의 성급함을 느낄 수 있었다.

이 건방진 놈...! 내가 좋게 대해줬다고 바로 재촉하다니!
분명 제리가 미야에 대해 알곤 있는 거 같지만...
나보다 이 거래에서 우위에 있는 거 같진 않아. 
아마 이 녀석도 모종의 골칫거리를 앓고 있는 거야.

잭은 다시 마음을 가라앉히려고 노력했다.

'침착하자... 분명 제리한테서 일방적으로 이득을 볼 수 있을 거야.
내 구슬을 이렇게 제리한테 넘겨줄 순 없지. 만약 수틀리면 내가 직접 미야를 구하러 가야겠어.
일단은 협조하지만 일이 틀어진다면 바로 내버릴 거야.'

잠시 고민하던 잭은 제리에게 방법을 알려주었다.

자. 그럼 톰을 데려오는 방법을 알려주지.
우선, 다시 노을 너머의 세계로 신호를 보내야 해.
할머니 한 분을 찾아야 하는데, 어떻게 찾을 수 있을진 나도 잘 몰라.
나도 모르는 사이에 등장했었거든.
쿵!

운석이라도 떨어진 듯한 소리와 함께 연기가 잭과 제리를 뒤덮었다.

콜록, 콜록

잭과 제리의 콧속으로 연기가 들어가 둘 다 한참 동안 기침하였다. 제리가 놀라서 말했다.

이게 무슨...
잭! 무슨 속셈이야!

잭 또한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할 소리야 제리!
이게 무슨 짓이야!

정체 모를 목소리가 연기 속에서 들려왔다.

나를 찾았니? 아가들?

이 시각 노을 세계, 무너진 동굴에서 마녀는 화난 듯 엄청난 폭발음과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감히... 너희들 따위가 나를 이렇게 더럽히게 만들다니 용서하지 않겠다!!! 내 아이들아, 잡아라!!

톰은 너털너털 걷고 있었다. 톰은 생각했다. 여기서 어떻게 할지, 또 어디로 나아가야 할지. 친구 제리에 대해 생각하던 톰에겐 제리와 함께 한 시간들이 마치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톰의 정신이 제리와 함께한 마지막 순간에 가있는 그때, 무너진 동굴에서 빠져나온 마녀와 함께 좀비같은 동물들이 나타났다. 동굴의 굉음은 톰을 현실세계로 돌아오게 만들었다.

오, 맙소사.

톰은 그 굉음의 출처를 확인하자 그가 할수 있는 최대한의 힘을 내어 도망쳤다. 하지만 마녀의 '아이들'은 전방향에서 톰을 점점 좁혀오고 있었다.

여기서 빨리 탈출하지 않으면...!!!

톰은 모든 쪽을 살피며 좀비들의 틈새를 공략했다. 톰의 북쪽의 시궁쥐 좀비 녀석의 눈치를 보았다. 왼발, 오른발, 왼발, 오른발...

지금이다!

톰이 왼발을 옮긴 그때, 그 좀비녀석은 톰의 움직임을 눈치채고 빠르게 방향전환했다.

좀비 녀석 치곤 제법인데?

톰은 묘수가 있는 듯 자신감 있게 내뱉었지만 그는 알고 있었다. 그에겐 이제 빠져나갈 구멍이 없다는 사실을. 그러나 톰은 최선을 다해보기로 마음 먹은 이상, 빠져나가기 위해 최대한 노력했다. 하지만 머리에 울려퍼진 둔탁한 소리와 함께, 톰은 쓰러졌다.

마녀 앞에 선 톰은 무서운 듯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이를 본 마녀는 톰에게 다가갔다. 마녀는 톰의 머리를 귀엽다는 듯이 쓰다듬으며 말했다.

역시 고양이는 귀여워.. 크흠...

잠시 어디엔가 정신이 팔려있었다는 듯 마녀가 목을 가다듬고 전보다는 조금 부드러운 목소리로 톰에게 말하기 시작했다.

나와 여기에 남는다면, 특별히 이뻐해 주도록 하지.

마녀는 손에 들고 있던 참치캔을 열어 톰의 코앞에 흔들어댔다. 아까 전 캣닢도 그렇고 원래 세계의 것보다 고양이의 마음을 자극하는 무언가가 있는게 분명하다. 하지만 톰은 이를 알면서도 어쩔 수 없었다. 속으면 안된다는 톰의 이성과 달리 톰의 코는 벌렁이기 시작했다. 마녀는 이에 더욱 참치캔을 가까이 대며 흔들었다. 약을 올리는 듯, 최면을 거는 것 같았다.

자, 이 참치 먹고 싶지 않니? 지쳐 보이는데 그냥 먹으렴. 경계할 것 없어~
이 참치뿐만이 아니란다.
원한다면 다른 음식도 많단다~

배가 고팠던 톰은 참치캔에 시선이 고정되었다. 지금까지 너무나도 많은 일을 겪었더니 의심스러운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험난한 여정 속에서 아무것도 먹지 못한 탓에 유혹을 이겨내기 꽤 어려웠다. 과연 지금 참치를 먹게 되면 어떻게 될 지 생각할 겨를도 없을 만큼 판단력이 저하되기 시작했다. 톰은 침을 흘리며 넋을 놓고 참치캔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아... 참치... 
이건 못 참치...

하지만 톰은 무언가 생각이 났다는 듯 고개를 흔들고선, 마녀를 바라보고 말했다.

싫습니다! 저는 꼭 제 친구 제리와 함께 소원을 빌 거예요! 다시 예전처럼 행복하게 지낼 수 있게...

단호한 목소리와 표정으로 톰이 소리쳤다. 마녀는 가소롭다는 듯이 웃었다.

하하하하! 고작 행복을 위해 여기까지 찾아왔다고? 너 여기 있는 내 아이들, 왜 이렇게 된 줄은 알고 있니?
모두 너처럼 바보같이 달려들다 시험에 낙오되어 저주를 받은 것이다. 

그렇다. 마녀 주위에 있던 좀비들은 모두 톰처럼 이곳에 찾아왔다가 주어진 시험에 버티지 못하고 저주를 받은 것이다. 그리고 마녀는 좀비가 된 그들을 가엾이 여겨 돌보고 있던 것이다.

혹시 저 아이들... 누가 저렇게 만든 건가요..?

가늘게 떨리는 목소리로 톰이 물었다. 마녀는 허탈한 웃음을 터트리며 답했다.

너희들이 그렇게 만나고 싶은 이곳의 대마법사 미야미야가 저들을 모두 저렇게 만들었지!
못 믿겠지...? 음하하하하! 미야미야에 대한 환상을 깨란 말이야~! 

마녀의 말을 듣고 톰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물으며 말했다. 허수아비가 말했던 전지전능한 존재인 미야미야에 대해 생각했던 환상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처음 만난 존재의 말을 그대로 믿는 자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혼자 노을 너머의 세계에 남은 톰은 그런 걸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제리를 보내고 혼자 남은 이 세상은 외롭고 힘들었다. 예상치 못한 답에 톰은 큰 충격을 받았다. 톰은 소원을 이루기 위해 미야미야를 찾았던 지난날의 여정이 허무해졌다. 톰의 눈은 잔뜩 흔들렸고, 톰은 더듬거렸다.

ㅁ..미야미야가.. 저들을 이렇게 만들었다고요? 도대체 왜요?
미야미야는 소원을 들어주는 대마법사가 아니였나요?

안쓰러운듯한 표정으로 마녀는 톰의 턱을 손으로 치켜들며 말했다.

그건 나도 모른단다 얘야.. 아무튼, 미야미야는 내가 위험한 인물이라며 날 없애려 하고 있어.
내가 보기엔 고것이 더 고약한 것 같은데...
하여튼 미야미야를 물리치면 여기 있는 저주 받은 내 아이들을 다시 원래대로 되돌릴 수 있을 거야.

검은 마녀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톰이 말했다.

그럼 미야미야를 물리치면 되잖아요! 왜 여기서 가만히 숨어있는 거예요! 

검은 마녀는 풀 죽은 얼굴을 하며 대답했다.

나도 계속해서 미야미야에게 도전해봤지만 이길 수 없었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도전하러 오는 동물들에게 현실 세계로 돌아가도록 겁을 주는 것뿐이야.. 그러니 너도 어서 돌아가!

톰은 검은 마녀의 슬픈 표정을 보고 검은 마녀를 돕기로 마음먹었다.

아니에요! 제가 도울게요!
어차피 저희는 미야미야를 찾으러 가려 했었으니, 이왕 이렇게 된 거 돕겠습니다!

뜻밖에 톰의 대답에 검은 마녀는 기쁜 듯이 말했다.

진심이니? 가벼운 마음으론 안 돼. 제대로 각오해야 할 거야.

가슴을 펴고 자신만만하게 톰이 대답했다.

당연하죠! 저는 꼭 살아서 잭을 원래대로 돌이킬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여기를 떠나 제리에게 갈 거예요!

톰의 대답에 마녀는 흡족한 듯한 표정을 지어 보이더니 이내 말했다.

좋아 목소리만은 우렁찬 것 같구나, 하지만 커다란 목소리만으로 문제를 해결할 순 없지.
내게 말해보렴, 네가 미야미야를 찾아 쓰러뜨리기 위해서 뭘 할 수 있지?

마녀의 물음에 톰은 뭐라 말하려고 입을 벌렸다가 다시 다물었다. 한참을 입을 달싹이며 생각했지만, 톰이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그건...

톰의 말에 마녀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고는 한쪽 입꼬리를 올려 웃으면서 말했다.

하하, 네가 뭘 할 수 있지?
만약 네가 미야미야를 찾는다 한들, 미야미야를 상대할 수 있을까?
하지만 저는 제 친구와 소원ㅇ...
고작 가출한 집고양이 정도인 네가 말이야...?
너도 이 아이들처럼 되고 싶은게냐!!

마녀는 낮게 깐 목소리로 톰을 위협했다. 그런 그녀에게 동조하듯 좀비로 변한 동물들이 톰을 위협하기 시작했다. 무시무시한 마녀의 목소리와 좀비처럼 변한 동물들을 보며 톰의 공포심은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그들의 모습을 보니 톰의 등골이 서늘해졌다. 톰은 스멀스멀 올라오는 공포를 억누르며 생각했다.

'생각하자, 내가 할 수 있는 일? 제리가 잭을 데리고 이곳으로 넘어올 수 있을까? 아니야, 그것보단 내가 나갈 방법을 찾는 게 먼저야'

곰곰이 생각하던 톰은 조금은 의연해진, 그리고 단단해진 목소리로 답했다.

알았어요, 현실 세계로 돌아갈게요. 하지만 저는 이곳에서 나갈 방법을 몰라요.

마녀는 조금 누그러진 목소리로 톰에게 말했다. 입꼬리가 희미하게 올라가 있는 것도 같았다.

너와 함께 있던 작은 친구는 어디로 간 거지?

마녀의 물음에, 톰은 잠시 뜸을 들이다가 답했다.

제리는 조력자라 자칭하던 회색 쥐가 열어준 문을 통해서 원래 세상으로 돌아갔어요.
마녀님도 그런 문을 열어줄 수 없나요?
당연하지, 하지만 너에게 증표를 남겨야겠어.

마녀의 대답에 톰은 눈살을 살짝 찌푸리며 되물었다. 마녀의 말의 의도를 단번에 파악하기는 어려워서였다.

증표요?

마녀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그래, 증표, 네가 나에게 배신하지 않도록 만들어주는 증표지, 이 증표는 미야미야가 죽을 때까지 사라지지 않아.

톰은 겁을 먹었다. 일단 도와주겠다고 말하였지, 실제로 미야미야를 죽일 생각은 없었기 때문이다. 또 그럴만한 능력도 없었다. 하지만 별다른 선택을 할 여지는 없어 표식을 받기로 하였다.

좋아요, 단 제리와 저는 해치지 않는다고 약속해 주세요.
좋아, 난 마녀이지만, 약속은 잘 지킨다고, 호호
자, 이리 와. 너의 이마에 표식을 남길 테니...

톰은 마녀에게 경계하는 눈빛으로 천천히 다가갔다.

마녀는 이내 톰의 이마에 손가락 두 개를 대고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이상한 언어로 무언가를 읊조리기 시작했다. 마녀가 주문을 외는 소리가 점점 커질수록 톰의 이마에는 타들어 가는 고통이 느껴졌다.

으아아아아아아악!!!

톰의 눈앞에는 사악하게 웃고 있는 마녀가 아른거리는듯 하더니 순간 정신을 잃고 차가운 바닥에 그대로 풀썩 쓰러졌다.

흐흐흐... 어쩜 이리도 순수할수가. 이렇게 또 한 마리가 내게 속았군....

마녀는 기뻐하는 것도 잠시, 뒤에서 이상한 기운이 느껴졌다. 무언가가 자신을 덮치는 그런 느낌이었다. 거대하고 검은 그림자로 인해 자신의 그림자가 덮어지는 것을 본 마녀는 놀라움과 두려움에 휩싸여 서서히 고개를 돌리기 시작했다.

흐에!!!

놀란 마녀가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거기 누구야!!

뒤를 돌아본 마녀의 시선 끝에는 단번에는 정체를 알아차리기 힘든 생명체가 있었다. 다시 자세히 보니 마녀 앞에 있는 것은 괴물같이 생긴 쥐였다. 쥐라고 하기에는 너무 큰 사이즈였지만 틀림없이 쥐의 모양새였다.

어떻게 된 영문인지 네 주문이 통하지 않아 난 표식이 새겨져도 아무런 영향이 없었지만,
빠져나갈 틈을 위해 좀비가 된 척을 하고 있었지.
난 너가 생각하는 만큼 멍청하고 단순하지 않다고. 
어이 너 고양이! 내 이름은 앤디라고 한다! 여기서 내가 빠져나가지 못할지도 모르지만 내 이름을 기억해줘!
너를 보고 깨달았다!
가만히 숨어있다고 바뀌는 건 없다는 걸!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내가 널 도와주지!

마녀는 앤디의 패기에 놀라 웅크렸다. 그 틈을 노려 앤디는 마녀를 공격했고, 기습적으로 공격을 받은 마녀는 앤디의 빠른 공격에 대응하지 못했다. 폭탄이 터진 듯 엄청난 소리와 함께 마녀는 날아가서 벽에 부딪혔다. 마녀는 큰 타격을 입게 되었다.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톰 역시 놀랐지만, 기적과 같은 기회에 감사했다. 이 정도의 힘과 파괴력이면 마녀에게 승산이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품었다. 하지만 희망도 잠시 마녀는 바로 일어섰다. 그 짧은 순간에도 마녀는 방어막을 펼쳐 막아내었다.

으윽.. 살면서 받아본 공격 중 가장 아프군..

마녀는 창살을 맞고 고통스러워했지만, 가만히 있지 않았다. 마법을 사용해서 다시 공격을 하기 시작했다.

나의 병사들아 저 녀석을 공격해!

이내 앤디는 물밀듯 몰려오는 좀비들을 막으며 마녀와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하지만 앤디도 역시 공격을 방어하고 좀비들을 떼어내는 데에 급급해 보였다. 톰은 이 전투를 보며 어떻게든 앤디를 도우려 몸을 움직여보았지만, 온몸에 힘이 들어가지지 않았다. 표식의 영향인지 눈앞이 아득하고 몸 전체의 기운이 빠져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앤디를 도와야 하는데 몸에 힘이 전혀 들어가지 않아...
나는 왜 이렇게 누군가의 도움만 받고 있는 걸까. 내가 이곳에 오며 바란 건 큰 것이 아니었는데...
점점 눈앞이 아득해져.

제리는 안전한 곳에 있을까...?
우리 집사들은 나를 찾고 있을까...

마지막 순간에 소중한 기억을 하나씩 떠올려 보는 톰이었다. 그동안의 역사가 스쳐 가듯 머릿속에서 떠올랐다. 제리, 집사, 잭, 길거리 고양이 친구들... 그리고 이 모험에 이르기까지... 생각해 보면 행복한 일생이었다.

톰은 마음대로 집을 나섰던 과거의 행동들이 후회되기 시작했다. 자신이 집사들에게 서운함을 느꼈던 것처럼, 집사들도 자신에게 서운함을 느끼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일방적으로 집사 탓만 했던 자신이 바보같이 느껴졌다. 지금이라도 다시 집에 돌아갈 수 있으면 너무나도 행복할 것 같았다. 지금쯤은 집사들이 자신을 찾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며 후회가 됐다. 따뜻한 집과 복작복작한 가족 속의 자신이 그리웠다.

어쩌면 내가 집사들의 말을 제대로 듣지도 않고 행동했던 건 아닐까..
돌이켜보면 나는 그들이 주는 사랑이 때론 귀찮아서, 때론 혼자 있는 게 마냥 좋아서 그들에게 짜증을 내기도 했어..
그런 내가 그들이 하루 동안 날 무시한다는 이유로 집사들을 미워했다니. 나도 참 이기적이다...
돌아갈 수 있다면, 지금 이 감정을 잊지 않을게... 미안해..

자신의 과거를 되돌아보던 톰의 눈에서는 눈물이 흘렀다. 눈물로 앞이 흐릿하게 보였지만, 마녀에 대항하는 앤디의 헐떡임은 너무나도 선명하게 들렸다. 어째서일까, 좀비 행세를 하다가 혼자서 조용히 빠져나올 수 있었던 앤디는 처음 만난 톰을 위해 저렇게 온 힘을 다하고 있다. 톰은 앤디를 바라보았다. 앤디에게서 수많은 이들의 모습이 보였다. 집사들, 제리, 대장바퀴... 모두 톰을 위해주었던 이들이었다. 그리고 동시에 톰이 떠나온 이들이기도 했다.

더 이상 나를 위해주는 이들의 손을 놓치고 싶지 않아. 
그래, 앤디를 도와 노을 너머 세계에서 벗어나자.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는 거야!

톰이 정신을 차리고 부들거리는 다리를 일으켜세우는 찰나 쿵 하고 누군가 넘어지는 소리가 났다. 마녀였다.

마녀도 약골이군! 헉, 헉... 이 정도면...! 진작 일어나서 싸웠어도 됐겠어...!

앤디는 온몸에 상처를 품은 채로 숨을 헐떡대고 있었지만 여유롭게 웃으며 허세를 부리고 있었다.

윽, 보기보다 강하군, 하지만 네 꼴을 봐라! 완전 보잘 것 없이 다친 생쥐 꼴이 따로 없군! 허세는 거기까지다!

마녀는 일어나서 주문을 외웠다. 이해할 수 없는 외계어로 이루어진 주문을 외우기 시작한 마녀의 주위로 어두운 기운이 뿜어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마녀가 모든 주문을 외치자 땅이 갈라졌다. 갈라진 땅의 경계에서 앤디는 이빨을 땅에 꽂아 간신히 버티고 있었다. 톰은 그를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했지만 역부족이었다.

큭.. 무리해서라도 저 정도의 마법을 쓸 줄이야..
톰...! 너 덕분에 후회 없는 마무리를 할 수 있었다! 
여기 이걸 받아, 나에겐 더이상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용기 있는 너는 행복한 삶을 살 자격이 있다!
내 몫까지 후회 없이 용기 있게 살아라!

앤디가 자신의 가방을 톰에게 넘기며 말했다. 가방에는 빈깡통, 동전, 나침반 등 각종 잡동사니와 폭탄같이 생긴 은색 상자, 그리고 사진 한 장이 들어 있엇다. 사진 속에는 눈 밑에 까만 점이 있는 어두운 갈색 털의 쥐와 앤디가 다정하게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힘이 풀린 앤디는 결국 땅으로 떨어졌다.

앤디!!!! 안돼!!!!

거대해 보였던 앤디가 고작 마녀의 주문 한 마디에 사라져버린 것이다. 그러나 이런 대단한 마력에는 그 대가가 따르는 법.

윽, 많은 힘을 소모했더니, 머리가 아프군.. 너무 의미 없는 힘을 소모했어..

마녀의 힘이 약해져 톰의 머리에 있던 표식도 희미해져 갔다. 톰은 머릿속이 조금씩 또렷해지는 걸 느끼며, 근육들에 힘이 돌아오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마녀의 몸은 빠진 힘을 감당하지 못해 균형을 제대로 잡지 못했다. 마녀는 결국 다리의 힘이 풀린 듯 풀썩 주저앉았다. 그 순간 마녀의 옷 안에 있던 수정들이 떨어 나갔다.

저건 뭐지? 수정들이 비명을 지르고 있어.

수정들은 톰에게 외쳤다.

살려줘, 여기에서 나가게 해줘! 더 이상 이 안에 갇혀있기 싫어!

수정을 자세히 보니 익숙한 동물들의 모습이 희미하게 비쳤다. 어딘가 익숙한 모습에 톰은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언듯 방금 전에 봤던 좀비들의 모습이 동물들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톰은 마치 수정 속에 갇힌 듯한 동물들을 해방시켜야 한다는 생각이 본능적으로 들었다.

수정 속에는 좀비가 된 동물들의 영혼이 담겨있었다.

수정을 깨뜨려줘...

톰은 수정들이 하는 소리를 듣고서는 꾹꾹이하던 힘을 짜내서 펄쩍 뛰어 마녀가 떨어뜨린 수정들을 깨뜨렸다.

고마워 고양아! 우린 이제 자유야.
고맙다...

어디선가 익숙한 목소리가 함께 들렸다.

이 목소리는..?

목소리의 주인공은 바로 슬링키였다. 사납기만 했던 모습은 어디 가고 초라한 모습을 한 슬링키만 있었다. 매우 지쳐 보이고 힘이 빠진 듯하였다. 톰은 슬링키를 보자마자 움찔했지만, 침착하게 물었다.

슬링키??...너가 왜 여기에...?
너를 잡으려고 이곳에 왔다가...윽..

슬링키는 말할 힘도 없는지 그대로 자리에 쓰러졌다. 수정이 깨지자 마녀의 모습은 점점 일그러져 갔다. 마녀는 절규했다.

윽, 내 수정들이, 내 영혼들이!!!! 이 고양이 자식이!!! 안돼!!! 내 힘이 사라져간다!!

마녀는 톰을 속여서 주문을 걸었듯이, 과거에 다른 동물들에게도 주문을 걸었다. 주문에 걸린 동물들의 영혼만이 빠져나왔다. 그 영혼들을 마녀는 수정에 담았다. 그러한 작업으로 마녀는 힘을 모았던 것이다. 그리고 그 힘으로 둔갑 마법을 사용했던 모양이다.

톰의 도움으로 수정에서 탈출한 동물들의 영혼은 다시 그들의 몸을 찾아갔다. 그러자 좀비로 변했던 동물들은 영혼을 되찾아 멀쩡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장시간 영혼을 뺏긴 탓인지 후유증으로 쉽게 정신 차리지 못하고 다들 곧 그 자리에서 힘없이 잠들었다.

그 모습을 본 마녀는 당황한 듯했다.

아아아 안돼 어떻게 모은 영혼들인데..!!! 돌아와!!

동물들의 영혼을 잃은 마녀의 둔갑이 점점 풀리기 시작했다.

어? 마녀의 모습이...

톰은 마녀의 실제 모습을 보고 놀라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았다.

으악!!!!!살려줘!!!!!

마녀는 힘을 잃고 늙어가더니 그대로 연기처럼 사라졌다.

이제 다 끝난 건가...?

마녀가 사라진 연기 속에서 굵고 걸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리석은 자여. 내가 죽은 줄 알았나 보구나. 
나의 강함을 까먹은 모양이군.

연기 속에서 양복을 입은 중년의 남성이 중얼거리면서 나타났다.

당신... 누구야..? 
마녀 맞아..? 마녀는 여자 아닌가..?

당황한 톰이 그에게 물었다.

누구긴 누구야 정의의 승부사 미야미야가 너희들을 싹 잡으러 왔지...
각오해둬!!

사실 이건 마법사 미야미야가 마녀로 변장을 하여 톰에게 함정을 판 것이었다.

미야미야라고? 그 소원을 들어준다는 마법사가 마녀였다는 거야?

톰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톰은 이것이 미야미야의 함정인 줄도 모르고 속아버렸다.

마법사 미야미야는 손목에 있는 시계를 풀면서 전투태세를 갖추었다. 그러고는 톰의 말에 비웃으며 대답했다.

미야미야라고? 하하하! 애초에 노을 너머 세계에서 소원을 들어주는 마법사는 내가 아니야!
악이 존재하려면 정의도 존재해야 하는 법이지! 너희가 생각하는 환상의 마법사 미야미야와 검은 마녀는 모두 나인 것이다.
하지만 이 사실을 알아차렸으니 너도 죽어줘야겠어. 많은 이들이 나의 존재에 대해 알게 가만히 놔둘 수는 없잖아?
고양이 주제에 많은 것을 알고 죽는구나! 이 점은 높이 칭찬해주겠다. 
잘가라!

소원을 이루어 줄 미야미야만을 찾아 헤메던 톰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말이었다. 그러나 당황할 틈도 없이 상황은 급박하게만 돌아갔다.

으아악!!!

미야미야의 갑작스러운 공격이 쓰러진 슬링키를 향하자 그가 비명을 질렀다.

도...도와줘...

배에 큰 상처를 입은 슬링키가 톰에게 애원했다. 톰은 자신을 쫓던 개를 돕는 것이 내키지는 않았기에 깊은 고민에 빠졌다. 그러던 중, 과거에 TV를 보던 막내 집사가 톰에게 해준 말이 떠올랐다.

톰, 여기서 음... 저~ 멀리 진짜 행복한 곳까지? 
한달 내내 달려야 하는 곳을 가장 빠르게 갈 수 있는 방법이 뭔지 알아?

그래, 그게 뭐였을까.

막내 집사의 말이 생각난 톰은 서둘러 상처 입은 슬링키를 부축했다.

그건,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가는거야.

톰은 미소를 머금었다. 슬랭키를 부축해준 이유는 위의 말을 했던 막내 집사의 따뜻한 마음 때문이었다. 그리고 미소를 머금은 이유는 이곳을 벗어나는 근본적인 방법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막내 집사가 말했던 가장 빠른 길, 그건 나와 제리가 왔던 '쉬운 길'일 거야.
그 길을 통해서 이 세계를 벗어나는 방법은 끝까지 내가 사랑하는 제리와 함께하는 것....
팔찌을 끊은 두 동물, 그리고 잭과 미야는 서로 사랑하는 존재였지만 함께 가지 않았기 때문에 저주를 받은거지.

깊은 깨달음을 얻은 톰이었으나, 급박한 이 상황 속에서는 연약한 집고양이었다.

어디로 가야하지?
이렇게 죽을 수는 없어.
일단 살아서 이곳을 빠져나가야 할텐데...

톰은 위험을 느끼고 도망칠 준비를 했다. 그러나 그 어디에도 도망칠 곳이 보이지 않았고 톰은 패닉에 빠졌다. 이제껏 무엇을 위해 노을 너머의 세계에 왔을까. 지금까지 겪은 많은 일들이 모두 헛고생인 것일까. 현재 톰에게 허무함 외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하지만 목숨을 먼저 부지해야 하는 상황. 톰은 무작정 달아나기 시작했다.

한편, 연기에 싸여 정체불명의 인물과 마주친 제리와 잭. 이들은 경계하며 그 인물을 응시하고 있다.

제리가 정체불명의 인물을 향해 소리쳤다.

넌 뭐냐! 우리에게 원하는 게 뭐야!?

잭과 제리는 그 인물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당신은... 혹시 그때 그 할머니!?

할머니는 잭과 제리를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할머니는 그들이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눈치챘다.

귀여운 아기 쥐야, 오랜만이구나. 그리고 그 옆의 깜찍한 고양이도.
나는 그 옆 고양이가 말한 '할머니'란다. 저번에 너희를 노을 너머 세계로 이끌기 위해서 구슬을 전달했었지. 
아기 쥐야, 저번에 만났을 때 네 옆에 있었던 톰이라는 고양이에게 문제가 생겼구나? 그래서 다시 노을 너머의 세계로 가려는 거고.
내가 도와줄 수도 있을 것 같네.

잭과 제리는 귀가 솔깃했다.

앗 맞아요! 할머니, 어떻게 하면 될까요?

아까와 태도가 완전히 뒤바뀐 제리. 제리와 잭은 그 방법을 듣기 위해 자세를 잡았다.

방법은 어렵지 않단다. 내가 괜히 너희를 노을 너머의 세계로 보냈겠니.
아직 너희의 여정은 여기서 끝이 나면 안 된단다. 그러니 너희들을 다시 보내줄 터이니 너희의 힘으로 이 여정의 마무리를 짓거라.

잠깐 작업을 할 테니 떨어지거라 귀여운 아가들아.

제리는 갑작스레 나타난 이미 자신과 톰을 노을 너머의 세계로 한번 보내주었던 할머니를 가만히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입을 열었다.

대체 할머니는 누구시죠? 
왜 처음 저희를 노을 너머의 세계로 보냈던 거고 이번에도 왜 저희를 도와주려고 하시는거죠? 
혹시 저희를 이용해 이루려고 하는 목적이 따로 있으신건 아닌가요?

제리가 정중하지만 단호한 눈빛으로 질문했다.

후후... 그건 너희들이 살아서 돌아오면 말해주마. 이 여정의 끝에 모든 것을 알게 될 게야.
그러니까 우선 살아서 돌아오는 것을 목표로 하려무나.

제리와 잭은 비장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윽고 할머니는 한복 저고리에서 구슬들을 꺼내더니, 구슬들을 하나하나 띄워 모양을 만들고 구슬들은 빛을 내며 회전하다 마법진을 펼쳤다.

준비들 하려무나..

준비를 마친 잭과 제리는 서로를 바라봤다. 이때, 제리는 잭의 눈을 보고 말했다.

잭, 나는 톰을 찾아야 해. 미야를 찾고 싶다면 내가 톰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줘.
제발 부탁이야!

제리의 간절한 호소가 잭의 마음을 움직였다. 이미 미야 생각으로 분노가 누그러진 잭은 이전과 달랐다.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잭이 말했다.

후... 어쩔 수 없지. 
잠깐이지만 도와주지...

그 말을 듣고 제리는 기쁜 표정으로 대답했다.

고마워 잭! 어서 노을 너머의 세계로 가자!
그런데 분명히 알아둬라.
만약 미야를 찾을 실마리를 발견하면 바로 널 내버려 두고 미야를 찾으러 갈 거야.
톰 녀석이 살았던 죽었던 내 알 바 아니니까...
그리고 너무 신나하지 마라. 지금 그곳의 상황은 더 안 좋아졌을 수도 있으니까...

잭의 퉁명스러운 대답에도 제리는 여전히 고마워했다.

그래, 중간까지라도 도와준다면 정말 고맙지.
할머니, 저희를 노을 너머의 세계로 보내주세요!
준비가 됐나 보구나. 마법진이 노을 너머의 세계와 연결됐단다. 
이제 이걸 발동시키기만 하면 그곳으로 가는 길이 생길 것이야! 어서 마법진 안으로 들어가서 서있으렴.

잭과 제리는 서둘러 마법진 안으로 들어갔다.

감사합니다 할머니, 저희 꼭 무사히 돌아올게요!

할머니는 마법진을 작동시켰다. 일순간 주변의 바람이 매섭게 불더니 마법진 위로 강렬한 빛이 쏟아지고 노을 너머의 세계로 가는 길이 열렸다. 잭과 제리는 반짝이는 빛과 함께 노을 너머의 세계로 다시 돌아갔다. 그들 매서운 바람과 함께 사라지며 주변의 공기도 다시금 고요해졌다.

홀홀홀.
저 아이들은 꼭 해낼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드는구만.
녀석들. 노을 너머의 세계를 너희에게 맡기마.
그리고 꼭 너희의 손으로 너희의 여정을 마무리 짓고 돌아오거라.
그럼 여태까지의 이야기를 내가 마무리지어주마.

할머니는 그들의 남겨진 자리를 응시하며 혼잣말을 하였다.

그 시각 잭과 제리는 다시 노을 세계로 돌아왔다.

어! 저 설산 본 적이 있어!
다시 노을 세계에 왔어! 잭!

제리는 기뻐하면서 말했다.

근데 톰은 어떻게 찾지?
일단 너가 톰을 마지막으로 본 곳이 어디라고??
음, 동굴 앞쪽이었던 것 같...
"스스슥"

갑자기 수풀 뒤에서 바스락 소리가 들렸다.

방금 들었어?!

잭이 바짝 긴장한 채로 제리에게 말했다.

소리는 점점 가까워 지고 있었고 둘은 긴장한 채로 수풀쪽을 바라 보았다.

그때 쥐 한 마리가 제리와 잭에게 다가왔다.

안녕? 너희 제리랑 잭 맞지?

제리가 당황하며 말한다.

네 맞는데요.. 저희를 어떻게 아시죠??
벌써 잊은 거야?
나야 로건. 아까 줬던 호루라기 위치가 여기로 떠서 설마 하고 왔는데....
톰이 걱정돼서 다시 돌아왔구나!! 다시 여기로 돌아오지 말라니깐...
너희들의 우정을 내가 어떻게 말리겠니.

로건은 톰이 걱정돼서 위험한 노을 너머 세계로 다시 돌아온 제리를 보고 못 말리겠다는 듯이 웃으며 말했다.

아..! 빨리 톰을 찾아야 해!
그래 내가 도와줄게.

로건은 이내 잭과 제리를 톰에게 보내줄 준비를 시작했다.

다행이다! 톰이 아직 무사한가 봐!
어서 톰이 있는 곳을 알려줘, 로건... 우리는 톰을 데리고 바깥세상으로 가야 해.
톰의 가족이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고!
톰은 참 용맹하고 정의롭더구나. 좋은 친구를 뒀어.
하나 둘 셋 하면 톰에게 보내줄 테니 놀라지 마.
알았어...!

제리와 잭은 고개를 로건에게 끄덕이며 침을 삼켰다.

자, 하나- 둘- 셋-!!!

로건은 알 수 없는 주문을 외웠다. 순간, 앞을 볼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빛이 쏟아져 나오더니, 어느새 그들의 눈앞엔 다름 아닌 톰의 뒷모습이 보였다.

톰...?

톰은 헤어진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왠지 반갑게 느껴지는 제리의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리자, 혹시나 하는 마음에 고개를 돌려보았다.

제리...?

원래 세계에 있었어야 할 제리의 모습이 보이자, 톰은 자신의 얼굴을 상처가 나지 않을 정도로 살짝 긁어보았다.

'아야 아파...'
그러면 너 정말... 제리야?
응. 나야! 천재 쥐, 제리!

제리는 애써 눈물을 감추며 톰을 향해 씩 웃었다.

미야미야는 자신을 앞에 두고 잃어버린 가족을 찾은 것 마냥 기뻐하는 둘을 보고 잠깐 당황했다.

하지만 이 둘은 미야미야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 톰은 반가움 반, 제리가 다시 이곳에 돌아왔다는 것에 대해 궁금증 반으로 제리에게 말했다.

제리 근데 어떻게 다시 돌아온 거야?
그리고 어떻게 내 뒤에서 나타난 거야?
여기서 나갈 방법을 알고 있는 거야?

제리는 너무 많은 질문에 무엇을 먼저 말해야 할지 곤란했다.

설명하자면 길어..! 일단 진정하고.
그보다.. 어떻게 된 거야?
저 남자랑 쥐는 또 누구고..?

검은 마녀의 정체를 알게 된 톰이 소리쳤다.

저게 마법사 미야미야인가 봐...!
검은 마녀의 실체가 미야미야였어!
미야미야를 찾아가면 행복해진다는 건... 거짓이었나 봐...

톰은 차마 제리의 실망한 얼굴을 볼 용기가 없어 고개를 돌리지 않은 채 말했다. 희망이 사라져 온몸에 힘이 빠진 건 정작 톰 자신이었지만. 하지만 곧바로 돌아오는 제리의 외침은 우렁찼다. 그리고 동시에 아까의 전투로 흔들리던 돌덩이가 톰 위로 떨어졌다.

톰!!! 피해!!!

톰은 미동조차 없었다. 그러나 제리가 몸을 날려 톰을 구출하기엔 제리의 몸이 너무 작았다. 제리는 1초도 되지 않는 순간에 주변을 둘러보았다.

저게 왜 여기에...?

분명 아까 버리고 왔는데. 제리의 눈에 들어온 것은 꽁꽁 얼어붙은 채 바닥에 떨어져있는 마법 양탄자였다. 의아해할 시간은 없었다. 제리는 마법 양탄자를 주워 곧바로 톰이 있는 쪽으로 던졌다.

톰! 받아!!

톰은 제리의 말을 듣고, 날아오는 양탄자를 쳐다보았다.

마법 양탄자는 톰의 머리 위로 곧바로 날아오고 있었다. 톰은 양탄자 밑으로 몸을 피했고, 양탄자는 떨어지는 돌을 받아내고 위로 떠올랐다.

그러고는 허공을 잠시 맴돌다가 천천히 바닥으로 내려왔다.

톰!!! 괜찮아?? 

제리는 얼른 톰에게로 달려가 톰의 상태를 확인했지만, 톰은 여전히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한 듯 굳어있었다.

짝!! 제리는 있는 힘껏 손을 내리쳐 톰의 뺨을 때렸다.

정신차려 톰!!!! 지금 집사들이 너를 찾고 있단 말이야!!

순간 톰의 눈동자에 이채가 어렸다.

뭐...? 그럴 리가...

톰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정신은 분명히 돌아온 것 같았다. 제리는 안도하며 말을 이었다.

사실이야. 대장 바퀴가 그랬어.
살아 돌아가서 집사를 만나야지!
그리고 지금 우리에겐 로건과 잭도 있다고!

톰의 눈이 휘둥그레지며 말했다.

집사들이 정말 날 찾고 있단 말이야? 나를... 버린게 아니었어?? 정말??
그렇다니까!!! 그러니까 어서 정신차리고 여기서 벗어날 방법을 생각해보자, 톰!!

제리는 작은 손으로 톰을 꼭 끌어안으며 말했다. 톰은 그런 제리를 꼭 안아주었다. 톰은 집사들이 자신을 찾고 있다는 생각에 너무 기뻤다. 사실 모든 사건의 시작은 집사들의 무관심으로부터 시작했기 때문이다. 톰은 이제 소원을 빌 필요 없이 자신을 찾는 집사에게로 돌아가 행복한 생활로 복귀하면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아직 이들에겐 마무리해야할 난관과 인연이 있었다.

다들 날 구하러 와줘서 감동이야. 제리, 잭 모두.

복잡한 감정인 톰의 눈에는 눈물이 맺혔다.

난 널 구하러 온 것이 아니야. 미야만 찾으면 바로 현실로 돌아갈 거야!

잭이 당황한 듯 말했다. 잭의 차가운 말에 톰은 조오커 왕이 한 말이 기억났다.

'잭을 돌려놔야지.. 맞아... '

제리는 달려가 톰에게 귓속말로 말했다.

톰. 우리 잭을 다시 돌려놔야지.. 잭이 무슨 거짓말을 했는지 물어보자.

로건이 중년 모습을 한 미야미야와의 긴장감이 흐르는 대치 상태를 깨고 큰 소리로 말했다.

얘들아 너희 모두 지금 노을 너머 세계에 있다는 거를 잊지 마!!
너네도 아까 너희들 모습을 봐서 알겠지만 지금 너희들은 원래보다 훨씬 강해져 있어.
그니까 너무 쫄 필요 없어!
그리고 제리 아깐 내가 줬던 호루라기 아직 가지고 있지? 2번 사용 가능한 거여서 한 번 더 쓸 수 있을 거야.
위급할 시에 한 번 더 사용하면 돼.

로건.. 우리는 이제 여기서 헤어지는 건가요?
지금까지 도와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호루라기는 꼭 필요할 때 요긴하게 쓸게요!
그래~ 우리가 나중에 다시 만날 일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잘 가! 제리랑 톰, 너네 항상 조심해야 해!
행운을 빌어! 꼭 원하던 일을 이룰 수 있을 거야!

그렇게 그들은 로건과 헤어졌다. 이제 남은 건 저 무시무시한 마녀, 즉 미야미야를 어떻게 쓰러트려야 하는가였다.

톰은 제리의 시선에 맞추고, 앞발을 입가 옆에 살짝 놓았다. 잭의 눈치를 보며 걱정되듯이 작게 속삭이기 시작했다.

제리, 어떻게 해야 잭의 거짓말을 알아내지?
어설프게 알아내려 했다간 우리의 거짓말이 들통날 거야...
계획이 필요해.

제리는 언제나 그렇듯, 자신감에 찬 말투로 말했다.

톰! 내가 누누이 말하지만 난 천재 쥐 제리라고!
일단 대충 미야와 잭의 사연을 들었으니까, 그걸 역이용하자!
이 방법이면 충분히 알아낼 수 있어!

톰은 그런 제리의 분위기와 말투는 익숙했지만, 제리의 생각을 읽을 수 없는 톰은 의아할 뿐이다.

그걸 어떻게 이용한다는 거야?
확실히 알아낼 수 있는 거 맞아?

제리는 입가에는 미소를, 눈빛은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톰~! 날 좀 믿어봐!
나 제리야 제리 믿어서 나쁠 게 없어!

톰과 제리가 잭의 거짓말을 알아내기 위해 작은 소리로 작전 회의를 하자 잭은 짜증이 났다.

어이!! 너희 뭐라는 거야!!
어이 배신자와 쥐 나부랭이, 어서 빨리 미야를 다시 돌려놔.
내 앞에서 기분 나쁘게 쑥덕거리지 말고...
진짜 짜증 나니까!

톰이 다시 제리에게 속삭였다.

그게 무슨 소리야, 미야라니? 우리는 미야를 본 적이 없잖아.
잭을 이곳에 데려오려고 거짓말을 했어. 푸른 눈을 가진 미야를 이곳에서 봤다고.
제리! 너 나중에 어떻게 하려고 그래!

톰은 제리의 거짓말이 들켰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날지 상상도 하기 싫다는 듯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치만 톰, 유일하게 떠오르는 방법이 그거 하나였는걸...

눈앞의 미야미야, 그리고 제리의 거짓말이 들통나면 화를 낼 잭을 생각하니 톰은 머리가 지끈거렸다.

어이, 지금 이 몸과 대치 중이라는 사실은 잊고 있었나?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서 기쁜 건 알겠는데 더 이상 기다려주기엔 내 인내심이 허락하지 않는구나.

미야미야는 톰 일행이 다른 이야기를 하는 듯 하자 자신이 무시당한 것 같은 느낌이 들어 화가 나 있던 상태였다. 미야미야의 갑작스러운 공격이 시작됐다. 작전을 생각하느라 미처 주변을 살피지 못한 제리가 미야미야의 공격에 멀리 나가떨어졌다.

제리!!!

충격이 꽤 컸던 건지, 제리는 기절한 듯 보였다. 톰은 깜짝 놀라 제리에게 달려가려 했지만 미야미야가 가볍게 톰을 막고 섰다. 톰이 소리쳤다.

이건.. 이건 너무 치사하잖아! 갑자기...!

미야미야의 비웃음이 들려왔다. 그는 이 상황이 매우 흥미로워 보였다.

순진하기도 해라.
이기면 그만 아니야? 내가 너희 사정을 다 봐줘야 하나?

톰은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급박한 상황속에서 여유롭게 고민할 시간 따위는 없었다.

'어떡하지? 제리가 말한 잭과 미야의 관계... 그걸 역이용하라고? 무슨 생각이야 제리...!'

제리만큼 잔머리가 뛰어나지 못했던 톰은 일단 뭐라도 질러보기로 했다. 미야미야의 두 번째 공격이 시작되려던 찰나, 톰은 눈을 질끈 감고 소리쳤다.

...잭이야! 잭!!! 미야미야, 잭을 기억해?

순간 정적이 흐르고, 톰은 살며시 눈을 떠 그를 살폈다. 그의 눈동자가 뭔가 달라 보였다. 아주 잠깐이지만, 이성을 찾은 듯한 느낌이었다.

공격을 시작하려던 미야미야는 잭이라는 이름을 듣자 공격을 하지 못했고, 그 틈을 타 톰은 미야미야의 마술 지팡이를 낚아챘다.

아니, 이 고양이 자식이 감히 그게 뭔지나 알고 가져가는 것이냐?
얼른 내놓지 못해?
미야미야, 잭에 대해 뭔가 아는 게 있지?
그리고 너.. 혹시 푸른 눈을 가진 하얀 고양이를 본 적 있어..?
미야... 미야라는 이름을 가진 고양이야...
아니... 어떤 기억도 나지 않아...
기억하기 싫어!!!

미야를 언급하니 미야미야가 고통스러워하는 것 같았다. 그는 자신의 머리를 움켜잡았다. 미야미야는 그들의 소리가 듣기 싫어 지팡이를 뺏어 그들을 공격하려고 하였다. 머리에서 손을 뗀 미야미야는 톰을 쫒기 시작했다.
미야미야가 톰에게 거의 다다랐을 때, 정신을 차린 제리가 말했다.

톰, 지팡이를 뺏기면 우린 죽을 거야!
지팡이를 빼앗기지 않도록 도망쳐!

톰은 빠르게 제리를 데리고 도망칠 준비를 하였다. 그런데 미야미야가 갑자기 움직임을 멈추었고, 고통에서 해방된 것처럼 온화한 표정을 보였다. 그러자 옆에서 잭이 미야미야를 가만히 쳐다보다가 말했다.

당신... 설마.
이제 기억이 나는 건가? 나... 미야의 아버지다.

톰은 물고 있던 지팡이를 떨어뜨렸고, 톰의 위에 타고 있던 제리는 벙쪄있었다.

잭은 생각에 잠긴 것처럼 아무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미야미야가 말했다.

거기 너희 둘도... 미야의 친구인가?
ㄴ... 네...

천재 쥐 제리에게는 어떻게 고양이 미야가 사람인 아버지를 두었는지 의문이 들어야 정상이었다. 하지만 워낙 말도 안 되는 일이 계속해서 벌어지는 바람에 그런 건 생각지도 못하고 일단은 미야의 친구가 맞냐는 미야미야의 물음에 그렇다고 대답할 뿐이었다.

거기 고양이들 사이에 있는 쥐... 넌 나를 의심하고 있군.
흠... 넌 미야의 친구가 아닌가 보지?
아... 아니 제 생각을 어떻게....??
그야 나는 마법을 다룰 줄 아는 자이니 이쯤은 아무것도 아니지.

미야미야는 톰이 떨어뜨린 지팡이를 다시 주웠다. 제리도 다시 정신을 차리고는 톰에게 외쳤다.

톰, 정신 차려! 
저건 지팡이를 빼앗기 위해 관심을 돌리려는 수법이야!
사람이 고양이의 아버지라는 게 말이 돼?
하하 우리를 너무 얕봤다고.. 빨리 뛰어!
천재 쥐라더니 내가 마법을 다룬다는 점은 까맣게 잊은 모양이지..?

미야미야는 제리를 가볍게 비웃고는 제리와 톰을 향해 마법 지팡이를 휘둘렀다. 그러자 철창이 톰과 제리의 주변을 감쌌다.

이게 뭐야!

미야미야는 톰과 제리를 쳐다보지도 않고 잭에게 말했다.

잭! 되게 오랜만에 보는데, 반갑게 반겨주지 않다니 실망인데?

잭은 계속 몸이 굳어있었다.

잭이랑 미야가 팔찌를 끊고 각자의 길을 간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잭은 이곳을 탈출할 방법을 발견하였다. 방법을 찾고 혼자 나가려 하다가 헤어진 미야가 생각났고, 같이 나가기 위해서 미야를 찾기로 잭은 결심했었다. 이곳저곳 돌아다니다 잭은 설산에 다가가게 되었고 그곳에서 미야와 조오커 킹이 서로 대화하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자세한 이야기는 듣지 못하였지만, 미야가 위험한 상황에 처해있는 것은 분명했다. 하지만 겁을 먹은 잭은 미야를 구할 용기가 나지 않았고, 왔던 길로 재빨리 돌아가는 비겁한 선택을 하였다. 그러다 이 모든 것을 지켜보던 미야미야에게 저주에 걸려 원래 세계로 되돌아온 것이었다. 그 일 때문에 잭은 지금 눈앞의 인물이 자신에게 저주를 걸었던 미야의 아버지라는 것을 알았다.

내 딸 미야를 버려두고 저주에 걸려 혼자 돌아가서 그동안 잘 지냈는가 자네?

겉으로는 센 척하는 미야미야였지만, 사실 자신의 딸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팠다. 노을 세계에서 미야와 잭이 서로 사랑하며 지내왔단 사실도 알고 있다. 그랬던 둘이 각자의 길을 걷고, 잭이 위험에 처한 미야를 구하지 않았음을 알게 된 미야미야는 화가 났다. 그래서 지금과 같은 모습을 하고 잭의 앞에 나타나 그에게 저주를 걸었다.

그렇게 잭에게 저주를 걸어버린 미야미야지만 딸이 사랑했던 고양이이기에 그 일을 후회하곤 했었다. 미야미야는 홀로 생각에 잠겼다.

잭이 왜 돌아왔을까.. 설마 내가 건 저주를 풀기 위해서? 아님 미야를 데리고 다시 돌아가기 위해서?
너무 오랜 시간 저주를 걸긴 했다만.. 이 사실을 내 딸이 알면 날 많이 미워할까?..
아니야. 이제 그만 후회하자. 저 녀석은 내 딸을 구해주지 않은 나쁜 녀석이야.

미야미야는 잭에게 다시 말을 걸었다.

자네, 왜 이곳에 다시 돌아왔는가? 
자네는 내 딸을 배신했어. 그러고도 둘이 사랑을 했었던 사이가 맞는다는거야?
도대체 왜 그랬던 거야..? 왜 ... 난 아직도 그날만 떠올리면 마음이 너무 아파.
자네는 이런 내 마음을 모르지 않는가?

미야미야가 잭과 미야를 떠올리는 동안, 톰은 정신을 차리고 제리와 조용히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어떡하지... 방법이 안 보이는데...

톰이 말하자,

아니야, 분명 어떤 방법이 있을거야. 조금만 더 생각해보자.

라며 제리가 답했다.

뭔가 맞서 싸울 능력이라도 있었으면...

톰이 이렇게 말하자마자 톰의 발에서 빛이 났다.

톰, 그게 뭐야?

제리가 묻자, 톰은 자신의 다리를 보고 놀랐다.

깜짝이야! 이게 뭐지?

미야미야는 빛이 나는 방향을 바라보고 당황했다. 제리는 그러한 미야미야의 모습을 보고 한가지 생각이 들었다.

톰, 아까 너가 미야미야의 지팡이를 가져갔을 때 영향으로 너도 마법을 쓸 수 있게 된 거 아닐까?

톰은 제리의 말에 약간 의문이 들었지만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톰의 다리에 신비한 문양이 생겼다.

정말 능력을 쓸 수 있는 건가..?

톰은 무엇인가 몸이 가벼워진 느낌을 받았다. 톰은 몸을 요리조리 움직여 보았다. 정말 마법을 갖게 된 것인지 기대 반 의심 반이었다. 놀랍게도 몸이 깃털처럼 움직였다. 왠지 힘도 솟아나는 것 같았다. 몸이 가벼워서인지 평소보다 5배는 더 점프가 가능해졌다. 톰은 재빠르게 움직이고, 높이 점프할 수 있는 능력을 얻은 것이다.

뭔가 몸이 가벼워진 느낌이야. 이걸 이용하면 어떻게든 할 수 있지 않을까? 
좋은 생각 있는 사람.. 아니, 고양이나 쥐?
몸이 가벼워졌다구?? 그럼 한 대 먹여주지 그래 톰!!
좋은 생각이야 제리!! 

톰은 힘껏 날아올라 미야미야에게 달려들었다.

그정도 힘으로 날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거냐 톰?

윽... 미야미야는 톰의 공격을 받아쳤다.

어떡하지..?
톰!! 우리 좀 더 생각해보자!
일단 지팡이를 먼저 뺏고 미야미야를 결박하는 게 어때?
그러면 다시는 우리를 공격하지 못하고 대화를 시도해볼 수 있을 거야!
알겠어! 한 번 해볼게!

톰은 제리의 말을 듣고, 폴짝 뛰어올라 철창을 넘었다.

미야미야 몰래 살금살금 지팡이 쪽으로 다가간 뒤, 집사들과의 사냥놀이를 통해 숙련된 사냥 기술을 활용해 재빠르게 지팡이를 낚아챘다.

ㅁ... 뭐야!! 어느 순간에...!!
어떻게 탈출한 거지??

순식간에 지팡이를 빼앗겨 미야미야가 당황한 틈을 타 톰은 철창 속 제리를 꺼내 지팡이를 건네주고, 미리 봐두었던 주변의 끈을 집었다. 그러고는 더욱 빨라진 몸을 이용해 미야미야 주위를 뱅글뱅글 돌며 끈으로 팔과 몸을 결박했다.

톰, 네가 해냈어!!

힘든 기색도 없이 어느새 제리 옆에 선 톰을 제리는 꼭 껴안아 주었다. 제리와 톰이 미야미야를 제압하여 기뻐하고 있는 사이 혼란에 빠진 한 고양이가 있었다.

미야의 아버지라고..?
그럼 미야는 도대체 어디 있는 거야.. 아버지란 작자도 왜 미야의 행방을 모르는 눈치지..?
미야 내가 미안해.. 다 내 잘못이야..

잭은 미야미야의 말을 듣고 자신이 미야를 구하지 않았던 일을 후회하고 있었다. 이를 눈치챈 톰이 잭을 도와주기 위해 미야미야에게 질문했다.

미야미야, 너의 딸 미야는 지금 어디에 있지?
잭은 너의 딸을 구하지 않은 일을 아주 많이 후회해왔어..
잭에게 한 번만 더 기회를 줘..
자네도 내 딸에게 관심이 많은가 보군.

오호, 자네가 잭보다 먼저 미야를 좋아해서 억울한가? 근데 왜 잭을 위해 부탁하는 거지?
아, 답은 하든 말든 미야를 보내주진 않을 걸세.

미야미야는 결박을 풀기 위해 크게 저항했지만, 저항이 통하지 않자 포기한 듯 순순히 답을 했다 하지만 답을 하면서도 톰과의 심리전에서 지지 않기 위해 톰의 속마음을 읽고 이용했다. 톰은 미야미야가 자신의 속마음을 간파하자 당황했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 계속 이야기했다.

미야는 당신의 소유가 아니야! 
그리고 옛날에 미야를 좋아했던 건 맞지만, 이젠 아니야.
난 우리의 친구 잭을 위해 얘기하는 거야! 

톰이 잭을 위해 계속 싸우자 제리도 큰 결심을 한 듯 톰을 거들었다.

그래 톰 말이 맞아.
우린 잭을 위해 미야를 되찾으러 왔어!
미야가 자신 때문에 사랑했던 잭이 저주에 걸린 걸 알게 되는 것이 두렵지 않아?
너.. 너 뭐야!
너같이 조그만 쥐가 어떻게 내 약점을 알고 있지?
흥, 척 보면 척이지! 이 천재 쥐 제리한테는 이 정도쯤은 껌이야!

한편 이 모든 대화를 듣고 있던 잭은 감동했다. 자신과 미야는 서로 사랑하던 사이였지만, 톰이 자신보다 미야를 먼저 좋아하게 된 것을 이제 알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신이 항상 쫓아내고 화내고 조롱하기 바빴던 제리와 톰이 자신을 위해 편을 들어주는 것이 고마웠다.

나를 위해주는 톰과 제리를 위해서라도 포기하면 안 돼.
잘못한 점은 사과를 하고 미야에게 용서를 빌어보는 거야!

잭은 마음을 굳게 잡고 미야미야에게 소리쳤다.

아버지로서 딸을 걱정하는 마음은 알겠어!
하지만 내가 사과할 수 있는 기회를 줘!!
미야가 용서하지 않는다고 해도 괜찮으니까...
내 딸을 이미 한 번 버린 녀석을 뭘 믿고 알려주지?
저 녀석은 분명 조금만 위험해지면 또 내 딸을 버릴 게 분명한데 내가 저 녀석을 믿을 리 없잖아?
아냐!!... 나는 또 미야를 버리지 않을 거야!!
그럼 증명해봐.

미야미야는 가소롭다는 듯이 잭을 바라본 채로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잭의 주위로 투명한 벽이 생겼고 외부와 모든 것이 차단되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잭은 벽을 치며 뭐라고 외쳤지만,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지금 뭐 하는 거야!! 어서 잭을 풀어줘!!

잭만큼이나 놀란 톰과 제리는 밖에서는 불투명하게 보이는 잭이 갇힌 벽을 두드리다 미야미야를 향해 외쳤다.

저 녀석을 시험할 거야.
잭은 이제 우리 미야가 겪었던 고생길을 짧게나마 경험하게 될 거야. 그게 끝날 때까지 버틴다면 미야가 어디에 있는지 알려주지.
그동안 너희는 내게 궁금한 게 많아 보이니 기다리는 동안 답해줄게.

밖에 자신의 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을 눈치챈 잭은 가만히 앉아서 걱정하기 시작했다. 잠시 걱정하다가 점프를 하고 원을 그리며 돌기도 했다가 벽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기도 하며 고립된 공간을 관찰했다. 그리고는 잭은 미야와 싸웠던 옛날을 회상하며 눈물을 머금었다. 어느 순간 자리에 앉아 조용히 흐느꼈다.

난 여기서 어떻게 해야 나갈 수 있을까…

순간 투명한 벽은 마치 프로젝터에 영사되듯 배경이 변한다. 배경은 눈밭. 저 멀리서 미야의 뒷모습이 보인다.

뭐야… 미야? 정말 미야인 거야?

잭은 아무 생각 없이 미야를 본 기쁨과 함께 미야 쪽으로 달려간다. 분명 투명 벽의 범위를 넘어서서 달리고 있는 잭이었지만, 잭은 별다른 이상함을 느끼지 못한다.

한참을 달리다 드디어 미야의 바로 뒤까지 온 잭. 미야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잭이 울먹이면서 말했다.

정말 보고 싶었어… 그땐 정말 미안했어. 너에게 무릎 꿇고 사과할게!
그렇게 너를 두고 떠난 후로 후회를 정말 많이 했어..
매일 죄책감에 괴로웠어.
다시는 절대 그런 어리석은 선택을 하지 않을 거야.
늦었지만 나를 용서해 줄래..?

그런데 미야가 움직이지 않는다. 이상한 느낌을 받은 잭은 미야의 앞쪽으로 다가간다. 잭은 큰 충격을 받는다. 미야가 눈물을 흘린 채 그대로 얼어붙어 있는 것이었다.

아니, 이게 어떻게 된 거야! 미야가 죽은 거야…!?

한편, 톰과 제리는 미야미야를 향해 질문 행세를 계속하는 중이다. 잭이 걱정되긴 하지만 궁금한 것이 많았던 제리를 미야미야에게 질문을 했다.

어떻게 하면 잭의 저주를 풀어주실 거죠?
잭의 저주는 미야의 저주가 풀어졌을 때나 풀 수 있겠구나.
잭의 저주를 걸었던 것은 나지만 미야가 조오커 왕에게 걸린 저주가 풀리기 전엔 나도 방법이 없어.

톰도 꼭 묻고 싶은 것이 있어서 미야미야에게 질문을 했다.

미야는 대체 어디에 있는 거야! 
제발... 부탁할게.. 미야미야! 
나가는 곳을 알려주지 않아도 좋아. 그래도, 미야가 어딨는지.. 살아있는지.. 그것만이라도 알려줘...

미야를 애타게 찾는 톰에 제리도 합세하였다.

그래! 난 천재 쥐 제리니까 나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낼 수 있을거야!
그래도 미야가 어딨는지, 그건 알려줘.. 
잭이랑 톰이랑 함께 미야를 만나서 다시 원래 세계로 돌아갈거야!

미야미야는 자신의 눈앞의 톰과 제리를 바라보았다. 그들은 진정으로 자신의 딸 미야를 위하는 듯하였다.

이 녀석들... 진심이군..

미야미야는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하고선 변장을 풀고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 뭐야!

톰, 제리, 잭은 눈앞의 기이한 광경을 바라보았다.

눈앞에 있던 중년 신사의 모습은 사라지고 진짜 미야미야의 모습이 나타났다.

미야미야의 원래 모습은, 미야처럼 흰털과 푸른 눈을 가지고, 멋진 수염을 기른 중년의 고양이었다. 그런데 그 모습은 어딘가 익숙했다. 제리는 미야미야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톰, 저 고양이 어딘가 익숙하지 않아?
그래? 난 잘 모르겠는데...
왜? 아는 고양이야?
아니, 어디서 본 것 같... 아!
우리 노을 너머의 세계에 막 들어왔을 때 만난 그 고양이 아니야?
왜,  캣닢밭에서 정신없이 뒹굴거리고 있었던 너를 때렸었던 그 고양이 말이야!

미야미야는 노을 너머의 세계에 처음 도착했을 때 만난 고양이였다. 캣닢이 펼쳐진 초원에서 톰이 정신을 놓고, 뒹굴던 무렵, 만난 고양이.

그때 미야미야가 톰을 정신차리게 만들어 톰과 제리의 모험이 계속되게 도와준 것이다. 톰과 제리는 그때의 그 고양이가 마법사 미야미야라는 걸 생각지도 못했기 때문에, 그 모습을 보고 입이 떡 벌어졌다.

많이 놀란 눈치구나. 그럼 설마 고양이의 부모가 인간이었겠니?
이것이 내 진짜 모습이다.

그때 누군가 다가와 말했다.

그만 해요, 아버지.

어디선가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 톰과 제리는 고개를 들었다. 흰 털에 푸른 눈을 가진 고양이, 바로 미야였다.

너..너는 미야..?!
톰, 오랜만이야.

미야는 미야미야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제 그만 잭을 풀어주세요.
내 사랑스러운 딸 미야, 잘 생각해보렴.
잭은 위험에 처한 널 버려두고 홀로 떠난 비겁한 고양이야.
그래도 잭을 풀어주길 원하는 거니?
저도 그 사실은 잘 알고 있어요.
그래서 한때 잭을 미워했지만, 지금은 달라요.
잭의 모습을 보세요. 자신의 반성을 진심으로 뉘우치고 있다고요.
이제는 저주를 풀고 이들을 원래 세계로 돌려보낼 때가 된 것 같아요 아버지.

미야미야는 썩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사랑하는 딸의 초롱초롱한 눈을 무시할 수 없었다.

에휴... 어쩔 수 없지.
너희를 보내주겠다.
잭도 원래의 모습으로 돌려주지.

말이 끝나자마자 잭은 연기에 뒤덮이기 시작했다.

콜록콜록...

이윽고, 연기가 걷히자 잭의 날카롭던 눈매는 예전처럼 다시 유해졌고, 얼굴은 살집도 있는 굉장히 사랑스러운 모습이었다.

옛날 그 모습 그대로 돌아온 잭의 모습을 보며 톰은 기뻐하며 말했다.

잭, 너의 모습을 봐.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어!

잭은 원래대로 돌아온 자신의 모습을 천천히 내려다보았다. 앞발로 자신의 얼굴도 더듬어 보았다. 그러다가 자신이 원래대로 돌아온 것을 완전히 깨달았다. 잭의 눈에는 눈물이 고였다. 자신을 도와준 톰과 제리에게 진심으로 고마워 흘리는 감동의 눈물이었다.

톰, 제리, 둘다 고맙다.
이제 집으로 돌아가자.
미야 너는..?
넌 돌아갈 곳이 있잖아?

톰은 이 말을 듣고 자신을 기다릴 집사들이 떠올랐다.

잭도 동료들이 있고..
오랜만에 만나서 반가웠어.
더 이상 기다릴 나도 없으니, 이제 더 자유롭게 살아. 잭도, 너도..

미야는 무엇인가, 쓸쓸해 보였다. 톰은 그러한 미야를 보고 말했다.

미야! 너도 함께 가는 거야!
우리와 같이 모험을 하는건 어때?

갑작스러운 톰의 외침에 미야는 놀란 눈으로 쳐다봤다. 톰은 간절한 눈빛을 보냈다. 함께 가자, 미야.

그렇지만 난... 여기서 벗어날 수 없어.
잭과 함께 왔을 때, 잭이 걸린 저주와는 달리 난 여기 묶인 몸이 되었어.

가만히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미야미야가 말했다.

아니야. 미야 너도 조오커 왕에게 걸린 저주를 푼다면, 잭과 함께 돌아갈 수 있어.
만약 네가 원한다면 그렇게 되도록 내가 해주마. 너도 이제 친구들과 함께 돌아가야지.
하지만.. 조오커 왕이 그렇게 순순히 제 저주를 풀어주지 않을 거에요..

그때 톰과 제리는 동시에 조오커 왕과 했던 약속을 떠올렸다. 조오커 왕에게 검은 마녀를 퇴치한다면 미야미야에게 보내준다고 했던 말을 기억한 것이다.

톰은 눈을 반짝이며 깨달은듯 모두에게 말했다.

우리가 조오커 왕과 약속을 했었어! 이젠 검은 마녀가 없다는 것을 알면..! 조오커 왕도 너의 저주를 풀어줄 거야..!
맞아! 우리 다함께 조오커 왕을 찾아가자!

미야미야는 그런 톰과 제리를 보며 많은 생각에 잠겼다. 미야를 위해 이 힘들고 어려운 여정을 견뎌온 톰과 제리가 참 대단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미야미야는 그들에게 조금 도움을 주기로 했다.

괜찮다면, 내가 조오커왕에게 가도록 도와주마. 아마 그냥 가기보다 더 편할거야.
그리고 조오커 왕이 증거를 요구한다면 이것을 보여주어라.

미야미야가 손가락을 튕기자 구석에 널브러져 있던 양탄자가 미야미야 앞으로 날아왔다. 양탄자는 넷이 타고 갈 수 있을 만큼 커다란 고급 양탄자였다.

모두 올라타거라.

톰, 제리, 잭, 미야 모두가 양탄자에 올라탔다. 모두가 출발하려고 할 때 갑자기 뒤에서 누군가가 소리쳤다.

잠깐!! 나도 같이 갈게!!

바로, 쓰러져 있던 슬링키였다.

미야미야가 준 물건을 가지고 배웅을 받으며 다섯은 양탄자를 타고 순식간에 조오커 왕을 만나러 갔다.

그래, 너희들 돌아오지 못할 줄 알았는데 용케도 다시 왔구나!
이번엔 꽤 익숙한 두 친구까지 함께 왔네?
설마 도저히 검은 마녀를 물리칠 수 없어서 도망쳐와 용서를 빌러 온 것은 아니겠지?
아니에요! 저희 검은 마녀를 물리쳤어요!
호오... 그래? 근데 내가 그걸 어떻게 믿지?

증거를 요구하는 조오커 왕에 톰은 미야미야가 준 물건을 꺼내 건넸다.

이거면 증명이 되겠죠? 이제 약속을 지켜 주세요!!

이건 검은 마녀의 수정?! 아니, 저런 꼬맹이들이 어떻게 내 병사들도 실패했던걸...!

조오커 왕은 진짜 저들이 검은 마녀를 물리쳤다는 사실에 놀랐다.

이 정도 실력자들일 줄이야...
자네들 혹시 내 밑에서 일해볼 생각 없나? 자네들이 원하는 건 모두 들어주겠네!!
저희는 다 같이 원래 세계로 돌아가고 싶어요!!! 그러니 미야의 저주를 풀어주세요!

왕은 그들을 놓치고 싶지 않았기에 한번 더 물어보기로 정했다.

이런 기회가 계속 찾아오는게 아니야.
다시 한번 물어보겠네 내 밑에서 일할 생각이 없나?

진짜로 모든 걸 들어주겠네.

톰과 제리는 거듭된 설득에 이끌렸지만 지금은 집에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그 둘은 서로의 얼굴을 한번 보더니 씩 웃고 거절하였다.

왕은 아쉬웠지만 그들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것을 깨닫고는 수긍하였다.

좋다. 약속대로 미야의 저주를 풀어주마

왕이 왼손을 들더니 미야를 향해 펼쳤다.

그러자 미야의 몸에서 빛이 나기 시작하더니 엄청난 증기가 그녀의 몸을 뒤덮었다.

그리고 너희들의 세계로 돌아가는 방법을 알려주도록 하지

조오커 왕이 이렇게 말했다.